아파트 고가 부담에 빌라 찾는 수요 늘어…1월 거래량 축소 아파트보다 미미

 

 

 

#5월 결혼을 앞둔 20대 후반의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위치한 전용 67㎡ 신축 다세대주택을 2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매입할까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지난 연말까지 전국에 엄청난 아파트 물량이 공급된만큼 입주 시기가 맞물리는 2019년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하락시점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때 아파트로 갈아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불확실성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은 속에서도 서울의 빌라 거래는 현상유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이 여전히 높은 탓에 빌라로 매매전환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는 총 4536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5431건이 거래된 것에 비하면 16.4%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 2013년 8월(3149가구)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저치 기록이기도 하다. 정부의 11·3 대책과 대출규제, 미국 금리인상, 공급과잉 우려 등에 따라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규모가 큰 폭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거래가 줄면서 매매가격도 하락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1%에서 올해 1월 0.03%까지 축소됐다.

반면 지난달 서울의 연립·다세대는 3117건의 거래가 이루어지며 1년 전 3225건에 비해 3% 감소하는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월 거래량끼리만 비교했을때 2007년 1월(7413가구)과 2008년 1월(4590가구), 2016년 1월(3225건)에 이어 네 번째로 거래량이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속에서도 여전이 고가인 아파트 대신 비교적 가격 부담이 덜한 빌라가 반사이익을 보는 것으로 풀이했다. 또 최근 신규 빌라 공급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할인분양 등 저렴한 매물이 쏟아지며 거래량 증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실수요자들은 빌라로 매매전환하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 최근 신규 빌라 공급이 워낙 많았기에 전체적으로 물량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거래량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빌라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저렴하지만 환금성이 낮은 점과 주차장 등 주민 편의시설이 취약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당분간은 아파트와 반대로 빌라거래가 지속되는 등 수요가 유지되겠지만, 아파트시장이 계속 움츠러든다면 장기적으로는 빌라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환금성이 낮은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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