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최고 49층 정비계획안 제출…결과에 영향줄 듯

 

초고층 랜드마크를 꿈꿔 온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최고층수 규제에 발목잡히며 사업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번 결정으로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35층을 넘길 수 없다는 기존 원칙을 분명히 함에 따라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여타 단지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단지에서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위축되는 등 벌써부터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서울시의 이번 심의 결과를 예의주시해온 곳 가운데 하나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최고 49층 높이 재건축 설계안을 제출했다. 강남구청은 앞으로 약 2~3개월 간 주민설명회와 주민공람, 주민의견청취 등을 거친 뒤 서울시에 정비구역지정을 요청하게 된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다. 추진위는 지난 2015년 12월 최고 50층 높이 초고층 재건축 내용을 담은 정비계획안을 처음 서울시에 냈으나 층수를 하향 조정하라는 지적과 함께 반려된 바 있다.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잠실주공5단지 반려 처분으로 위축된 속에서도, 잠실과는 사정이 다른 만큼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예외조항 때문이다. 서울시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층수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국제현상공모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파트 단지를 만들 경우 도시계획위에서 예외적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은마 추진위도 이 조항에 기대를 걸고 국내 최초로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선정한 것이다.

추진위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냉기류가 흐르는 모습이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3 대책이 발표된 이후 이날까지 세달 동안 단 한 건의 계약만 성사됐을 뿐이다. 이마저도 대책 발표 이전에 비해 2억20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이루어졌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관심은 꾸준한 지역이라 매수 문의는 있지만 중개인 입장에서 선뜻 매수하라고 조언하기 애매한 시기”라며 ”정비구역지정 통과까지는 지켜보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압구정 구현대아파트는 평균 45층을 원칙으로 재건축을 추진해왔으나 서울시의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이 35층으로 층수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주민공람 결과 80% 이상이 서울시의 재건축 계획에 반대하고 나서 재건축 추진위 설립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도 뚝 끊겼다.


반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의 절차를 사실상 통과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은 단지들은 호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는 당초 45층 재건축안을 제출했다가 심의가 보류되자 35층 이하으로 층수를 수정했고, 그 결과 지난달 높이 제한에선 합의를 이뤘다. 이에 매수자들이 몰리면서 거래가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도시계획위의 결정 직후인 지난달 27일 기준 공급면적 105.78㎡의 호가는 평균 25억4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월 말(20억7500만원)보다 22.4%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또한 고속버스터미널 및 지하철 9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과 인접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4차 역시 34층 이하로 들어서는 재건축계획으로 도계위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며 호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시 도계위의 심의 결과에 따라 재건축 사업장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11·3 대책과 경기불안으로 몇 개월째 시장은 냉각상태”라면서도 “앞으로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50층의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다 시에 제동이 걸린 단지들과 비교해 앞으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심의 통과된 단지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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