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대책 이후 하락세… 잇딴 재건축 추진으로 설 이후 변곡점 맞을 듯

서울 재건축 시장이 고점을 찍은 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자료= 부동산114

“엘리엇 파동이론을 보면 주가가 고점 부근을 배회하다 하락세를 보인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최근 재건축이 진행되긴 하는 데, 계속 고점을 기록할지 의문이다.”

 

목동 재건축 예정 단지를 소유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고민이다.


엘리엇 파동이론은 주가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이다. 상승 5파, 하락 3파로 주가가 순환한다는 게 골자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 이론이 집 값이 고점을 찍고 하락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하락기조가 유력하게 제기된다. 특히 서울 재건축 시장은 11.3 대책 이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론 상 3파 단계 진입이 유력하다. 다만 최근 재건축 추진계획 잰걸음, 일부 단지의 매도호가 상승으로 추가 상승여력(상승 5파 단계)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3월부터 이사철이 도래하는 만큼 설 이후가 서울 재건축 시장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아파트 재건축 시가총액은 총 121조8557억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두달 뒤인 지난해말에 이르러 시가총액은 총 120조277억원으로 1.41% 하락했다. 두달 새 심리적 마지노선인 시가총액 120조원대가 붕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별로 ▲강동구 2.95% ▲송파구 2.93% ▲강남구 1.24% ▲서초구 0.8% 순으로 시가총액 감소율이 높았다.

이같은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 값 약세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실수요중심 시장 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이하 11.3 대책)’ 여파 때문이다. 정부는 대책을 통해 서울 25개구의 민간·공공택지 내 분양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청약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연초부터 상승가도를 달리던 강남4구 재건축 시장이 대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강남4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4~7000만원의 매도호가가 빠지기도 했다. 

해당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연일 약세를 보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11주 연속 하락했다. 1월 셋째주 들어선 소폭 반등(0.10%↑)하는 데 그쳤다.

올해 재건축 시장 반등을 막는 악재가 겹겹이 있다. 1월 1일 입주자 모집단지부터 적용되는 ‘잔금대출 원리금 상환적용’이 대표적이다. 서울 소재 분양단지 수요감소로 인해 재건축 단지 가격 추가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

아울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 등으로 주택금융 접근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재건축 시장이 엘리엇 파동이론의 3파 단계(하락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거시경제가 좋지 않아 올해 서울 재건축 시장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전과 달리 수요 자체가 적은 상황이다”며 “이전처럼 사두면 무작정 가격이 오르는 시기는 지났다. 가격 하향조정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이 재차 상승할 수 있는 기류가 형성되는 측면도 있다. 올해말 일몰되는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 추진계획이 잇따라 잰걸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포 주공1단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반포 현대, 잠실 진주, 미성·크로바 등 서초구,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들의 정비계획안이 사실상 통과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반포주공 1단지 84㎥ 매도호가가 24억5000만원으로 종전 대비 5000만원 가량 올랐다. 또 계획과는 무관하지만 강남구 소재 개포주공1단지 역시 최근 매도호가가 오르는 등 재건축 아파트 값이 ‘저점을 기록했다’는 인식이 시장에 인식되고 있다. 3월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는 만큼 설 이후 서울 재건축 시장 추가상승(상승 5파 구간)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서초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계획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서울 재건축 시장 전반의 가격상승 기대감도 커지는 상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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