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명확한 기업에 수사 집중될 가능성 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밤샘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부회장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재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주목을 덜 받는 기업들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혐의가 명확해지면서 긴장을 푸는 모양새다.

박영수 특검은 1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 및 배임, 국회 위증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모녀 지원에 관여했고 그 대가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제일기획 합병 찬성표를 이끌어 냈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나머지 수사대상 기업 총수들은 수사 방향 관련해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다. 다음은 자신의 차례라며 긴장하는 곳과 오히려 한시름 내려놓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곳으로 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최태원 회장 사면 관련 의혹이 제기된 SK나 면세점 특혜 의혹을 받는 롯데는 긴장하는 반면 특별히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기업들은 한숨을 돌리고 있다. 


수사대상 기업의 핵심 관계자는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혐의를 잡았다는 것은 최종 목표인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적용으로 가는 답을 찾았다는 뜻”이라며 “추가 의혹이 불거지지 않은 기업은 부담감이 덜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검은 초기부터 삼성에 수사력을 집중하다시피 했다. 장충기 시장과 최지성 부회장 사무실과 국민연금을 연달아 압수수색하며 상당 자료를 확보했고 집중 수사로 구속 영장을 발부할만한 진술들도 다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적용을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본다면 삼성만큼 혐의가 짙은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검은 17일 재단 출연 기업들에 대해 선별 수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돈을 낸 곳과 무엇인가를 얻어낸 곳을 구분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검찰 특수통 관계자는 “정해진 시간 내 성과를 내야하는 수사는 기소 가능성이 높은 쪽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사 대상 기업들은 여전히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괜히 책잡힐만한 행동으로 최순실 태풍에 휘말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수사 대상기업 소속 한 간부는 “억울해도 지금은 무조건 입을 다물고 몸을 사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외부에서 술 마시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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