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고 편리해서 선호…정비소 "수리비 제대로 못 받아 물량 치기로 버텨"

대전시 서구청 주차장에서 대전시 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이사장 김동수) 소속 350여명이 시민들의 안전한 귀성길 운행을 지원하기 위해 무상 점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상관 없음. /사진=뉴스1

#. 직장인 조모씨(38)는 자가용 조수석 앞 문 긁힘을 발견했다. 조씨는 차량 훼손 부위를 찍어 자동차 수리 업체 검색과 수리 견적을 비교할 수 있는 스마트폰 자동차 수리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진을 등록했다. 곧 앱에 등록한 수리업체들이 견적과 견적 내역을 조씨에게 알려온다. 조씨는 수리비와 집에서의 거리, 앱에 올라온 후기 등을 고려해 수리 업체를 택한다. 남은 과정은 수리-수리 차량 인도 뿐이다.   


자동차 수리도 이젠 앱을 통해 맡기는 시대다.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자동차 수리 업종까지 진출했다. 차주는 자동차 외장에 생긴 문제를 발견하면 곧바로 앱을 통해 수리를 요청할 수 있다. 

이용자는 천차만별이었던 수리 견적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때문에 경정비 거품이 꺼진다. 수입차 공식 정비소보다 수리 비용도 저렴해 수입차 차주들도 많이 이용한다. 이전 이용자가 남긴 후기를 보고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차주가 직접 정비소에 차를 가져갈 필요 없이 업체가 수리 차량을 직접 정비소로 가져간다. 수리 기간 동안 이용할 렌터카도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카메라 쥘 힘’만 있으면 차량 수리는 일사천리인 셈이다. 

자동차 정비소 입장은 다르다. 이용자들이 장점으로 꼽는 수리 견적 비교 서비스가 정비소에게는 비애다. 과도한 가격 경쟁 탓이다. 대부분 이용자는 낮은 수리 견적을 부르는 정비소를 택한다. 정비소는 손님 유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낮추는 제 살 깎아먹기 식 가격 책정을 한다. 앱에 올린 수리 견적을 다른 업체가 볼 수 있는 탓에 정비소 간 가격 경쟁이 격화된다. 

서울시 성동구 자동차 공업소 관계자 A씨는 “앱에 (수리 업체를)등록하면 광고 효과로 이전보다 수리 차량이 많이 들어오긴 한다”며 “하지만 기존엔 차량 1대 수리해서 벌 돈을 2대는 수리해야 벌 수 있다. 수리해야 할 차는 많은데, 대당 수리비가 낮아 실질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크게 늘지 않았다. 사실상 ‘물량 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차를 봐야 하는 탓에 몸만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인접한 자동차 공업소 관계자 B씨도 “개인이 차량을 가져오면 기존 받던 수리비를 받을 수 있지만 차 수리 앱을 통해 들어온 차는 제대로 된 수리비를 받을 수 없다. 50만원 받을 거 그보다 적게 받고 있다”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다 보니, 한 번 가격을 내리면 다시 기존 가격으로 올리기 쉽지 않다. 손님들도 저렴해진 수리비를 계속 요구한다”고 말했다. 

수수료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정비 업체는 자동차 수리 앱에 매달 등록비 명목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하지만 정비소들은 서비스 도입 초기엔 업체 등록이 무료였다는 점을 역설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게시자는 “대표적인 차 수리 앱 모두 처음엔 업체 등록이 무료였다. 어느 정도 몸집이 커지면서 수수료를 떼어가기 시작했다. 가입하면 영업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성토했다. 

강남구 자동차 공업소 관계자는 “자동차 수리 앱은 차 외장 수리를 취급한다. 공업소 역시 자동차 외장을 위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윤이 남는 편이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카센터는 수수료 떼고, 수리비 깎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을 것”이라며 “겉으로 보기에 스마트폰을 활용했단 점이 획기적이긴 한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 수리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 경쟁이 있으면 전체적인 수리 견적이 무리하게 내려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이끌리는 것은 순리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자동차 수리 업체를 고를 땐 저렴한 비용이 기준이 되어선 안된다. 비용이 저렴하면 그만큼 수리 중간 단계가 생략되거나, 수리가 꼼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각 업체가 제시한 견적 상세 내역과 업체 정보, 이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토대로 업체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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