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로 상한가, 천호식품 스캔들로 울상…박사모까지 껴들어

김영식 회장이 자사 산수유 광고에 직접 출연해 건강식품업계 스타덤에 올랐다. / 사진=유튜브 캡처

천호식품이 가짜 홍삼 논란으로 거물들을 모두 제쳤다. 직무정지를 당한 대통령도 비선실세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덩달아 홍삼도 롤러코스터를 타버렸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최근 촛불집회 관련 발언으로 비난받았던 일과 맞물려 불똥이 여러 곳으로 튀는 모습이다. 박사모까지 껴들었다.

3일 오전부터 4일 오전까지 24시간 가까이 천호식품이라는 중견기업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쓸었다. 지난해 11월 18일 김영식 회장이 촛불집회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이후 두 번째 일이다. 천호식품이 물엿과 카라멜색소가 들어간 중국산 가짜 홍삼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으로 속여 팔다 검찰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그간 천호식품은 홍삼 농축액과 정제수 외에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고 광고해왔다. 그런데 막상 천호식품에 원료를 납품한 업체 공장에서는 중국산 인삼 농축액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고민 끝에 내놓은 위기대응 전략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천호식품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과 부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홍삼 농축액에서 원산지를 허위로 작성해 속이고 일부 첨가물을 넣는 등의 부도덕한 행위가 밝혀졌다”고 썼다.

전후 맥락을 모르는 이들이 이 문장만 읽어보면 언론사 사건기사를 보고 있다고 착각할 가능성도 있다. 마치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처럼 사건을 바라보는 뉘앙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천호식품은 “당성분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물질을 미세량 혼입”하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책임을 전적으로 거래처에 돌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뒷북사과라는 뒷말이 많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가 관련 혐의자인 김모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 등을 구속기소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29일이다. 대대적인 보도가 아니었으면 별 다른 사과문이 없었으리라는 의혹이 일어날만한 상황이다.

누리꾼 반응은 차갑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사태의 직격탄은 홍삼이 맞았다.

지난해 홍삼은 역사상 최고의 상한가를 누렸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 등 한류인기를 재점화시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 덕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유시진 대위(송중기)는 피곤할 때마다 스틱형 홍삼을 마신다. KGC인삼공사에서 나온 정관장 홍삼원 에브리타임의 PPL 광고다. 이 때문에 이 제품은 송중기 홍삼으로 불렸다. 태양의 후예는 PPL로만 3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제품 매출도 크게 뛰었다. 지난 3월 중국에서 역직구몰을 운영하는 에이컴메이트는 홍삼브랜드 정관장의 홍삼원 3월 판매량이 1월보다 1000% 급증했다고 밝혔다. 태양의 후예는 2월 말 첫 방영을 시작했다. 인터넷에 관련 제품을 검색해보면 송중기라는 이름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KGC인삼공사는 김은숙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tvN 도깨비에도 PPL을 하고 있다. 주인공 김신(공유)의 조카로 나오는 유덕화(육성재)는 정관장 369를 애용한다. 이 제품은 6년근 홍삼을 넣은 숙취해소음료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모임인 박사모 공식 카페에 천호식품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잇달아 게시되고 있다. / 사진=박사모 홈페이지 캡처

KT&G 자회사인 KGC인삼공사는 그야말로 방긋 웃었다. KGC인삼공사의 3분기 매출액은 34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나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30% 가까이 늘었다. 3분기까지 KGC이 매출액은 8946억원에 달해 2016년 1조원 클럽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박신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담배와 홍삼이 KT&G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KGC는 (내년) 매출 1조 2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풀이했다.

그런데 이런 홍삼 르네상스가 가장 큰 위기에 처한 모양새다. 문제가 된 천호식품 제품 역시 6년근 홍삼이라는 점을 유독 강조해왔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천호식품을 검색하면 KGC인삼공사의 정관장도 연관 검색어로 떠오른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이 다른 업체 제품들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논란은 여러군데로 튀고 있다. 가짜 홍삼 논란이 보도된 3일부터 4일 오전까지 박근혜 대통령 지지모임인 박사모 공식카페에는 천호식품을 옹호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가장 최근의 게시글 제목은 ‘(천호식품) 좌파는 이렇게 복수합니다’와 ‘천호식품은 좌파에게 당한 케이스입니까’다. 한 회원은 “통상 이런 단속은 식약처가 먼저 하는데 왜 대뜸 검찰수사부터 받았을까”라며 “김 회장에 대한 보복수사일 수 있겠다”라고 썼다.

앞서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정국서 “촛불시위, 데모, 옛날이야기 파헤치는 언론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비난을 자초했었다. 즉 박사모 측은 천호식품이 ‘좌파의 보복’으로 가짜 홍삼 논란에 휩싸였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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