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칼럼
돈 흐름 막을 곳과 터줄 곳, 정책 분별을
  • 성철환 논설주간(cwsung@sisajournal-e.com)
  • 승인 2016.12.2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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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체질 강화 뒷전, 자원배분만 왜곡시켜…건실한 기업활동 뒷받침해 선순환 이끌어내야

 

논란이 일었던 내년 2월 추경 편성이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추경편성에 의기투합함으로써 한때 추경 편성이 힘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쪼개지면서 원내 제1당으로 등극한 더불어민주당이 오락가락했던 입장을 정리해 결국 당론으로 추경 편성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여기에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개혁보수신당(가칭)과 국민의당도 민주당에 동조하면서 동력을 잃었다.

 

사실 이번 추경 편성 논의는 애초부터 명분이 없었다.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웃도는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추경을 거론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올해 편성한 추경도 다 못 썼는데 이런 식의 재정계획을 짠다면 예산 당국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꼬집은 것이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추경은 전쟁, 큰 재난, 갑작스런 경제위기로 인한 혼란 등으로 편성 목적이 법에 명시돼 있다. 

 

추경의 명분으로 내세운 엄혹한 경제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수출이나 내수 모두 침체를 면치 못하면서 기업과 가계가 잔뜩 움추리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으니 일자리 사정이 갈수록 핍박해져 청년실업은 사상최고치를 맴돌고 있다. 

 

극심한 경제 양극화로 서민들은 더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지금도 버티기 힘든데 내년에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가득하니 더 근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추경 편성 주장에 공감하기 어려운 것은 순서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쓸 곳부터 제대로 찾고 돈을 풀 생각을 해야지 돈 먼저 풀겠다며 용도를 꿰맞추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 밖에 안된다. 본 예산을 꼼꼼히 짜서 마땅히 써야 할 곳에 투입한다면 추경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헛발질하는 것은 재정정책만이 아니다. 돈의 흐름을 왜곡시킨 통화정책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두드러진 경제정책을 꼽으라면 단연 부동산경기 활성화가 될 것이다. 창조경제는 구호만 요란할뿐 가시적인 성과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과 사익추구 도구로 활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비해 부동산 활성화 정책은 모든 국민이 체감할만한 결과를 내고 있다. 말이 활성화지 투기조장 정책이나 다를 바 없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부산, 대구 등 일부 지방의 아파트 값을 턱없이 올려 놓았다.

 

최경환 전경제부총리가 선봉에 섰다. 그는 지난 2014년 6월 부총리에 내정된후부터 부동산 투기를 제어하는 장치들을 사실상 모두 제거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잇달아 낮춰 정부를 거들었다. 2014년 10월 2.25%에서 2.00%로 낮춘데 이어 2015년 3월, 6월, 올 6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줄줄이 인하해 1.25% 수준에서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투기규제라는 장애물이 사라진데다 금리부담마저 줄어드니 투기꾼은 물론이고 집값 상승에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들까지 빚을 내 집사기에 앞다투어 가세했다. 결과는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나타났다. 

 

2013년말 1019조원이던 가계부채가 올해까지 3년동안 300조원이 늘어 1300조원에 달한 것은 이런 정부와 한은의 합작품이나 다름없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스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한은이 자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의 금리인하가 침체된 경제상황에서 무조건 잘못됐다는게 아니다. 다만 돈을 풀더라도 그 돈이 어디로 갈지 먼저 가늠해보고 풀어도 될 지를 판단해야 했다는 뜻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으로 돈을 몰아대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돈을 풀어댄 것은 결국 집값 거품을 키우고 가계빚을 늘리는데 불쏘시개 역할을 한 셈이다.

 

건설분야라도 그나마 활기 있게 돌아가게함으로써 경제 추락을 막았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의 폐해는 성장에 보탬이 됐다는 것으로 상쇄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원 흐름을 엉뚱한 곳으로 몰아가고 젊은 세대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멀어지게 한다는 점에서도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경제의 물꼬를 제대로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막을 곳과 터줄 곳을 정책당국자들이 분별해야 한다. 엉뚱하게 막을 곳을 터주고, 터줄 곳을 막는다면 경제난을 심화시키는 파국적인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의 거품과 가계부채를 키운 것이 매양 그 꼴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일에 돈과 자원이 흐르도록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기업인들이 한눈 팔지 않고 경영에 매진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는데 정치권과 정부는 총력을 쏟아야 한다. 이런 기본을 망각한채 임시직 일자리만 늘리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 밖에 안된다.

 

특히 4차산업혁명시대 한국의 주도력을 확보하는 것도 역점을 둬야 할 과제다. 이 분야에서 요구되는 창의와 혁신은 정부가 주도하거나 기존 대기업들에게 맡겨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가장 두려운 상대를 묻는 질문에 “(글로벌 거대 기업이 아니라)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뭔가를 개발하고 있을 누군가"라고 토로한 바 있다. 자신의 기업도 그렇지만 혁신기업의 예상치 못한 등장이야말로 가장 두려워할 대상임을 강조한 말이다. MS뿐아니라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를 이끄는 거대기업들이 그렇게 태어났다.

 

우리도 역량과 도전 정신을 갖춘 젊은이들이 벤처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한결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일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 중요한 일은 이들 기업이 커 나가고 번성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갑질을 막을 수 있도록 불공정 거래 풍토를 쇄신해야 한다.

 

임시미봉책으로 일용직 일자리나 만들어내고, 기업인들마저 사업은 뒷전이요 부동산투기판이나 기웃거리는데 국가의 미래를 기약할 수는 없다. 건실한 기업들이 단단한 경쟁력으로 무장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가계소득을 높이고 내수 경기를 살리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모일 때 2% 경제성장률조차 위태로운 저성장이 극복되고 활력이 넘치는 경제상을 비로서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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