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탓 수주 물량 격감…사우디제이션으로 비용 늘어 '설상가상' 타격

국내 건설사 사우디아라비아 수주현황 / 사진 및 자료= 뉴스, 해외건설협회

국내 건설사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주실적이 부진하다. 저유가로 인한 사우디 정부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장 큰 이유다. 사우디의 자국민 고용우대 정책인 '사우디제이션'도 건설업계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올해 사우디에서 거둔 수주액은 총 32억 46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10% 줄어든 금액이다.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거두는 수주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우디 수주액은 2013년까지만해도 호조를 보여 ▲2010년 105억 3200만 달러 ▲2011년 165억 8900만 달러 ▲2012년 161억6700만 달러 ▲2013년 99억 7500만 달러로 100억 달러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가파르게 줄어들며 ▲2014년 29억 5100만 달러 ▲2015년 35억 9200만 달러 등 30억 달러대에 그쳤다. 업체당 수주단가도 같은 기간 ▲2010년 1억 8800만 달러 ▲2011년 2억 8100만 달러 ▲2012년 2억 1800만 달러 ▲2014년 4800만 달러 ▲2015년 6900만 달러 ▲2016년 6600만 달러로 감소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사우디 업황 악화는 ‘저유가’ 기조가 가장 큰 이유다. 

사우디는 재정의 상당 부분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산유국들의 원유생산 과잉으로 110달러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50달러까지 '반토막'이 났다. 저유가 기조는 원유판매에 재정의 75%를 의존하는 사우디 재정에 치명적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98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극심한 재정난으로 지난 4월 글로벌 은행들로부터 100억 달러의 대출을 받은데 이어 지난달에는 175억 달러의 국채발행을 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9월엔 고위 관료를 포함한 공직자의 임금을 20% 삭감하는 등 사우디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사우디는 인구가 4000만명에 달한다. 내국인은 2000~3000만명 수준이다. 총 인구가 200~300만명 규모인 다른 중동 국가 대비 많은 숫자다”며 “저유가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사우디 정부가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사우디가 시리아, 예맨의 종파 갈등에 개입하면서 정부지출이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악화는 공사발주 물량 저하로 이어졌다. 사우디 내 대다수 기업은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공사 발주량도 국가 재정에 좌우된다. 저유가로 국내 건설사가 수주할 수 있는 공사현장이 줄었다.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자국민 고용 우대정책(사우디제이션)도 국내 건설업계에 부담이다. 사우디는 2012년부터 사우디제이션을 도입했다. 공사현장 한곳당 자국민 노동자를 30%까지 고용을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2010년 청년실업으로 촉발된 ‘아랍의 봄’을 의식한 조치다. 올해 들어선 사우디제이션 비율을 75%까지 올렸다. 사우디 국적 노동자 임금은 외국인 노동자 대비 50% 가량 높다. 인건비는 공사원가의 가장 큰 비중(30%)을 차지한다. 사우디제이션을 통한 인건비 상승은 건설사의 수주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는 건설사의 해외건설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2013년 건설사들의 ‘어닝쇼크’를 부른 해외 프로젝트 원가율 상승도 인력수급 어려움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며 “사우디의 사우디제이션으로 인건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별 손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국내 건설사의 사우디 실적악화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3분기 한화건설 사우디 지부는 3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본은 마이너스 583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다. GS건설은 사우디 라빅(Rabigh) 발전소 프로젝트에서 300억원, PP-12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서 9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물량감소, 원가율 상승으로 대형건설사들의 올해 사우디 수주실적도 좋지 않다. 국내 토건부문 도급순위 상위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한화건설만이 올해 사우디 수주실적이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사단가가 낮더라도 수주실적을 높이기 위해 사우디 공사를 무리해서 수주했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은 저가수주가 아닌 선별수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공사원가가 높아진 사우디 건설시장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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