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조 교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생명보험사가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대법원과 생명보험사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며 "대부분 상법, 민법 학자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덕조 교수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금 청구권과 소멸시효 토론회에서 "(자살사망보험금 쟁점은) 보험계약자가 권리를 행사했음에도 보험사가 먼저 거절한 데 있다"며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 권리자가 보험금청구를 했음에도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사유 조사를 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 기간이 상당히 경과돼 소멸시효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생보사에 소멸시효 발생 원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생보사가 소멸시효가 발생한 이유로 보험금 청구 권리가 사라졌다는 주장에 일리가 없다고 했다. 그는 "보험사가 재해특약에 의한 자살보험금 지급을 명시적으로 거절한 것"이라며 "보험사가 고객에게 주계약에 따른 사망금만 줄 때도 재해사망특약(자살보험금) 보험금 지급 권리가 있다고 알렸어야 했다"고 전했다.
또한 소멸시효 기산점은 보험금 청구 시기가 아니라 대법원 판결 이후가 맞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보험사와 전문가도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몰랐다"며 "대법원 판결로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그럼 시효 기산점은 대법원 확정판결 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가 전문 지식과 경제적 지위 등에서 고객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법령이 특별히 보험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는 체계라며, 자살보험금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금 청구 지위를 몰랐다면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보험업법도 보험 상품은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며 "보험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이행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보험 소비자"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보험사가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할 때 신의와 성실로써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상 대원칙이다.
장 교수가 말한 보험사의 신의성실 남용 이유는 네 가지다. △보험사가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완성 전에 보험금 청구권자 권리 행사를 곤란하게 한 것 △보험 고객이 정보 부족으로 청구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장애가 발생한 것 △ 소멸시효 완성 후에도 보험사가 시효 주장을 안 할 것처럼 고객을 신뢰하게 만든 것 △ 채권자보호 필요성이 크고 보험금 지급 거절이 상당히 불공평한 것 등이다. 장 교수는 "이런 경우 보험사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 원칙을 남용한 것으로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마지막으로 "(대법원 판결로)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금을 부당하게 박탈당했다고 느낀다. 국민이 사법 절차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보험사가 계속 소송을 제기하면 앞으로 5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비용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