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정유라 지원'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수사 칼날…차씨 측근 임원 기용 KT 황형규 회장도 위기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황창규 KT회장. / 사진=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 폭풍이 IT업계에 까지 불어 닥쳤다. 상당수 기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특히 직접적으로 거론되는 삼성전자와 KT는 검찰의 칼날이 총수까지 겨냥하고 있어 위기감이 더 크다.

최순실 논란으로 가장 타격이 큰 기업은 삼성전자다. 대한승마협회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9~10월 최순실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 회사에 삼성 자금 280만유로(약 35억 원)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 전달된 돈은 정유라 씨의 말을 사는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이 돈이 말을 사라고 준 것이 아니라 승마유망주 육성을 위한 전지 훈련 프로그램을 후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직접 최순실 모녀에 돈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수사 대상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 대외협력부서와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하고 이재용 부회장까지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 수사로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까지 취소했다. 비록 참고인 신분이었지만 향후 어떤 식으로 수사가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동통신업계에선 KT가 비선실세 논란으로 가장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화계 비선실세 차은택 씨가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함께 측근 이동수씨를 임원으로 취직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차은택 씨는 KT가 자신이 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동수씨는 차은택 씨가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되기 직전 KT에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했다가 마케팅을 총괄하는 IMC부문장이 됐다.

비선실세 연루의혹은 황창규 회장의 연임 행보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황 회장은 적극적으로 연임을 염두에 둔 대외활동을 펼쳐왔으나 검찰 소환을 걱정해야하는 운명이 됐다. 황창규 회장은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최순실씨에게 미운털이 박혀 CJ헬로비전 합병이 무산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K스포츠재단에서 SK그룹을 세차례 찾아가 80억원 투자를 요구했으나 SK그룹이 30억원을 제안했고 이후 두 회사 합병에 대한 정부 입장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에 나섰으나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 IT업계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IT업계는 정치 이슈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편이었는데 이번 정권에선 유독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며 “진행 중인 갖가지 신사업들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 우려 된다”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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