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남대문·압구정 등 시민 불편 심해…지차체 규제 불구 개선 난망

 

지난 1일, 남대문 시장 횡단보도에 불법주차된 오토바이들이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오토바이들이 서울 도심 인도를 차지한 채 불법 주차돼 있어 시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오토바이는 인도 위를 도로인양 내달리며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일대를 돌며 오토바이 불법주차를 살펴봤다. 불법주차가 가장 많았던 곳은 남대문 시장 주변이었다. 명동과 서울역 사이에 위치한 남대문 시장 주변은 오토바이 불법주차 천국이었다. 남대문 시장이 인접해 있다보니 상인들이 배송용으로 쓰는 오토바이들이 즐비했다.

횡단보도 선을 침범하거나 좁은 인도 중간에 주차한 오토바이도 있었다. 전용 주차장인양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오토바이를 피해서 걸어야 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변미자(57)씨는 “사람 다니는 길에 오토바이가 많아 불편하다”며 “이곳에선 암묵적으로 오토바이 불법주차를 허용하는 듯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남도 마찬가지였다. 압구정이나 신사 지하철역 주변 6차선 도로는 비교적 질서있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골목으로 들어가니 거리폭이 5m 안되는 골목 초입부터 오토바이 5대가 있었다. 특히 압구정 고가도로 밑엔 횡단보도가 있어 이곳엔 시민들 통행이 많다. 인도 중간에 오토바이 한 대가 불법주차해 통행을 방해했다. 

 

압구정 고가도로 횡단보도에도 개인 오토바이가 불법주차 돼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시내뿐만 아니라 인쇄업·유통업 가게가 몰린 지역(을지로~종로~동대문)에도 불법주차는 허다했다. 주로 오토바이를 타고 물건을 배송해서다. 가게 앞이나 인도 위에 인쇄물을 가득 싣은 오토바이들이 가득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인도 위를 달리는 운전자도 있었다. 오토바이는 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던 한 시민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한눈에 봐도 위험한 모습이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업무로 인한 오토바이 주·정차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후 가게 앞 한 줄만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 외 지역은 도로법에 따라 사용을 금지한다. 하지만 을지로 일대 오토바이들은 지정된 자리 외에도 주차돼 있었다.

지역상인들에게 오토바이 불법주차에 대해 물으니 10명 중 8명은 대답을 거부했다. 담배를 연신 피던 한 명패가게 주인은 질문을 무시하고 가기도 했다.

을지로 소재 인쇄소 주인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은 생계가 달린 일인데 여기 가게 앞 주차까지 막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앞이 아닌 인도 중간이나 갓길에 세우는 것은 불법주차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거 잘 모른다”며 자리를 피했다.

오토바이 불법주차는 시민들이 시에 민원을 신청하거나 각 지역 관리소에 문의해서 단속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도로교통법 상 인도 위 주차된 오토바이는 배기량 125㏄이상만 단속할 수 있다.

인도 위에 주차된 오토바이는 대부분 50~110​에 불과하다. 주차된 오토바이는 대림 자동차의 시티에이스 등 배기량이 낮은 종류가 많았다. 주로 배달이나 운송에서 쓰이고 있는 오토바이다. 



서울 중구 종로~을지로~동대문 일대 상가앞에 불법주차된 오토바이들. / 사진=차여경 기자

 


주차금지구역만 정해져있을 뿐 오토바이 불법주차 단속 기준이나 방식은 지자체에서 재량껏 운영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지난해 5월 통행권을 확보하고 쾌적한 거리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오토바이 등 이륜자동차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비 대상은 보도에 오토바이를 진열하는 행위와 불법 주차·무단 방치된 오토바이였다. 그러나 시행 1년 뒤에도 오토바이 불법주차는 여전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주택가 등을 중심으로 무단 방치돼 있는 오토바이에 정비 안내문을 부착하고 경찰에 단속권한 위임도 한 상태” 라며 “여러번 시정조치 후에도 지켜지지 않는 불법주차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여러차례 오토바이 불법주차를 단속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를 막겠다며 설치한 포켓주차장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 탓이다. 포켓주차장 개수도 적어 많은 교통량을 소화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포켓주차장은 서울시가 보행자 보호를 위해 제정한 '인도 10계명' 추진 사업 중 하나다. 이 제도는 차량과 오토바이 주정차로 인한 보행 불편 등을 막기 위해 차도 일부를 보도 방향으로 확장해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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