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매점운영권 부당위탁…CGV는 총수 동생에 광고일감 몰아주기

극장은 총수일가 호주머니인가. 업계 1, 2위인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 같은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을 하지 못하게 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모습. / 사진=뉴스1

 

극장은 재벌 총수일가의 호주머니인가. 업계 1, 2위인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 같은 질문에 자신있게 아니라고 답을 하지 못하게 됐다. 검찰은 롯데시네마가 매점 운영권을 총수일가에 넘긴 데 대해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하고 수사결과에 적시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CGV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이재환 씨에게 넘겨준 광고일감을 문제 삼았다.

20일 영화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극장이 연이은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한복판에는 이른바 극장의 알짜배기 수입원으로 알려진 매점과 광고가 자리한다.

19일 서울중앙지검이 발표한 ‘롯데그룹 관련 비리 사건 수사 결과’를 살펴보면 롯데시네마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롯데시네마가 매점 운영권을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에 임대형식으로 넘겨준 데 대해 업무상 배임이라고 봤다.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74) 이사장 소유 회사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 씨와 그의 딸 신유미(33)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이 산정한 손실액은 778억원이다. 검찰은 극장 매점 매출액 2847억원 중 30%인 858억원만 임대료로 수수하고 70%인 1989억원의 매출을 총수일가 회사에 넘겨 손실을 감수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계산한 778억원은 모든 비용을 공제한 영업이익이다. 즉 검찰은 이 돈이 매점을 직영으로 운영했을 때 상장회사인 롯데쇼핑 영업이익으로 귀속되어야 할 이익이라고 본 셈이다. 롯데시네마는 독립 상장회사가 아닌 롯데쇼핑의 사업부문으로 속해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극장 내 팝콘, 음료수를 판매하는 매점은 전체 극장사업 이익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경쟁사인 CGV와 메가박스는 모두 직영으로 운영된다. 지난달 2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3대 멀티플렉스의 매출액 중 매점수입은 2010년 12%에서 2014년 20%로 크게 뛰었다.

검찰은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직영으로 운영되던 롯데시네마 매점이 총수일가 임대로 바뀌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봤다.

롯데시네마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이미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당시 롯데시네마 측은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의 매점 사업권을 회수했었다. 유원실업과의 계약은 지난해 2월에야 해지했다. 검찰의 칼끝이 배임을 겨냥한 배경이다.
 

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CGV 신촌아트레온 앞에서 멀티플렉스 3사의 영화 티켓, 팝콘 가격 담합 혐의 공정위 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한 공동행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등을 엄격히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업계와 증권가 안팎에서는 올해 롯데그룹이 롯데쇼핑 산하 ‘시네마사업본부’를 별도법인으로 독립시킬 거란 관측을 내놨었다. 시장점유율을 등에 업고 독자적 사업을 펼치겠다는 심산이었다.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했다. CGV에 이은 업계 2위다. 하지만 총수일가 배임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실상 독립 동력이 사라진 모양새다.

업계 1위 CGV도 유사한 상황에 놓였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CGV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이재환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광고일감을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약 7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설명에 따르면 2005년 7월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설립되자 CGV는 기존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사업이력이 전무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스크린광고 영업대행 업무를 전속 위탁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CGV의 부당지원행위 덕에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약 102억원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받았다고 봤다. 이 기간동안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국내 스크린광고 영업대행 시장 1위 사업자 지위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는) 부당지원행위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의 전형이자 CGV가 문화산업 영역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는 일련의 과정을 잘 나타내주는 사안”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앞서 영진위가 김병욱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는 극장 광고 수입에 대한 통계도 있다. 이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멀티플렉스의 광고 수입 비중은 5%에서 9.3%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CGV의 총수일가 부당지원 시기와 상당기간 겹친다. 

 

이에 대해 20일 검찰 관계자는 “CGV는 공정거래조사부에서 조사 중이라며 “(다만) 조만간 대표 부른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조사 진행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영화 관람료 꼼수 인상, 팝콘 고가 판매, 광고 강제 상영 등은 영화산업을 소수 대기업이 독점한 결과가 낳은 폐해”라며 “영화산업의 독과점을 개선하는 데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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