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대한항공, 잇단 회사채 발행 실패로 유동성 적신호
  • 황건강 기자(kkh@sisajournal-e.com)
  • 승인 2016.10.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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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기관투자자 한 곳도 참여 안해…영구채 발행도 불발 가능성
대한항공이 회사채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에서도 미매각 물량이 대거 나온 데 이어 이번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지면서 대한항공은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보류한 영구채 발행이 재개되도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대한항공이 회사채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에서도 미매각 물량이 대거 나온 데 이어 이번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지면서 대한항공은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보류한 영구채 발행이 재개되도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년 만기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전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만기를 1년으로 짧게 잡은 데다 금리 수준도 연 4%로 높게 제시했으나 기관 투자자는 단 한곳도 수요예측에 들어오지 않았다. 

 

채권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재무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상반기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082%로 지난해말 기준 869%에 비해 200% 넘게 늘었다. 그룹 계열사였던 한진해운 악재가 있었지만 업황은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부채비율은 늘어난 셈이다. 

 

대한항공의 회사채 미매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과 4월에 총 4000억원 규모로 2년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기관 수요는 190억원만 들어왔다. 미매각된3810억원은 공동대표주관사를 맡았던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 현대증권, 동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떠안았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증가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알려진 대로  과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기한이익상실 트리거로 부채비율을 설정해서다. 채권에서 기한이익상실이 발동될 경우 크로스디폴트 조항 여부에 따라 다른 채권도 함께 기한이익상실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대한항공은 회사채를 한꺼번에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1년 5월 부채비율 1000%를 회사채 트리거로 설정했다. 문제는 이 기준이 계속해서 상향 조정된 상태라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에는 부채비율 700%를 트리거로 설정했으나 계속되는 부채비율 상승에 2011년부터 높여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국내 1위 국적 항공사라는 점과 영업실적에서는 양호하다는 점 때문에 회사채 투자자들이 실제로 기한이익상실 선언을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올해 회사채 발행에서는 트리거를 1500%로 올려잡는 등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 회사채 미매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년 상승하는 부채비율에 트리거를 무색한 상황은 회사채 투자자에게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한항공이 주력 자회사로 자리잡고 있는 한진그룹은 지난 2009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여전히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행 중이다. 

 

2009년 재무구조 개선약정 당시 한진그룹은 부채비율을 약정 내용 중 하나로 포함해 2011년까지 290.8%로 줄이기로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2011년 592%까지 치솟았다. 대한항공의 당시 부채비율은 825%였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2014년까지 한진그룹은 부채비율 449%, 대한항공은 542%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4년 966%를 기록한 이후 2015년말에는 867%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말 917%를 기록한 이후 상반기말에 1082%까지 상승한 상태다.

 

대한항공 재무상태의 불안감은 지난달 보류된 영구채 발행에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30년 만기 3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진행했으나 발행 조건 문제로 일정을 보류한 상태다.

 

지난달 영구채 발행에서 투자자들은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에 불안감을 보이며 7%대 금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수출입은행 보증으로 발행한 영구채는 최종금리 2.51%를 기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리스크가 가라앉은 뒤 국내 기관을 대상으로 이달 회사채 발행을 먼저 진행한 뒤 경과를 보고 영구채 발행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한항공이 추가적으로 부담할 계열사 리스크는 더 늘지 않겠지만 대한항공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라며 "대한항공이 연이어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연말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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