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전년 비해 큰 폭 하락… 재건축 '나홀로 성장세'

서울 강남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전경 / 사진=뉴스1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재건축 아파트 3.3㎡당 매매값이 사상 첫 4000만원대에 돌입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서울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대다수 아파트 매매값 상승폭은 지난해 대비 대폭 감소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서울 재건축 단지의 ‘나홀로 성장’과 함께 지역별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값은 3.3㎡당 401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고점인 2006년의 평당 3635만원보다 훨씬 높다.

강남3구와 함께 서울 전체 재건축 단지 수요도 함께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기준 올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초 대비 10.51%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 상승률 5.86%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지난 해부터 이어진 재건축 시장 호황이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인 재건축 연한 단축(40->30년) 등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강남 지역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41.98㎡ 평형 실거래가는 지난 8월 9억6000만원으로 올초(7억9500만원) 대비 20.75% 뛰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10.14% 대비 두 배가 넘는다.

아파트 시장 활황세는 서울 재건축 단지에만 국한되고 있다. 지역 아파트 시장은 하락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강남3구를 포함한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초 대비 2.3%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상승률 4.1%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강남권 뿐만 아니라 최근 수요 증가세가 확인되는 목동, 노원구 소재 재건축 단지가 위치한 강북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지난해 동기 4%에서 1.3%로 상승폭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지방 소재 아파트 단지 매매가격은 2.6%에서 -0.5%로 마이너스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양극화를 넘어 별개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 시장은 별개의 시장으로 봐야 한다. 다른 일반분양 대비 재건축 단지 일반 분양 물량은 20~100세대에 불과하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공급은 적지만 수요는 무한정한 시장”이라며 “저금리 상황에서 그나마 수익이 보장된 재건축 물량에 수요가 일제히 쏠리고 있다. 다른 아파트 단지의 상승 여력이 적으니 포트폴리오(분산 투자)도 없이 수요 집중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울 재건축 단지와 별개로 일반 아파트 시장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부동산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블 우려로 일반 아파트 시장 수요가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부 교수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재건축 단지를 따라 주변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도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악화되는 경기전망, 내년 대규모 신도시 입주,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감으로 수요자들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가지면서 (재건축 제외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재건축 주변 지역으로 가격오름세가 파급되는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연내 각종 악재 산재…전문가들 "그럼에도 재건축 단지는 성장할 것"


​부동산 시장엔 연내 각종 악재가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연내 도입을 준비 중이다. 가계부채에서 큰 폭을 차지하는 집단대출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대신 정부가 선택한 방침이다. DSR이 도입되면 시중은행은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차주의 대출 상환능력을 심사한다. 이는 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만을 심사하는 DTI보다 더 강력한 대책이다. 미국 연방은행이 연말 금리인상을 계획하는 것과 맞물려 아파트 시장에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다.

 

전문가들은 상기 악재가 서울 재건축 시장, 지역별 아파트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미연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최근 분양한 개포주공 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즈)는 분양보증 없이 개별 차주가 청약대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며 "(정부에서) 대출규제를 가하더라도 (재건축 단지) 단기 분양권을 노리는 투자수요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다만 이 팀장은 "일반 분양시장과 재고 아파트 시장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노희순 연구원도 재건축 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의 경우 국내에서 체감하는 데 1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당장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진 않는다. 다만 정부 대책은 재건축 단지 외 다른 아파트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희순 연구원은 서울 재건축 단지가 내년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미지수라 덧붙였다. 내년 신도시에 예정된 대규모 입주물량과 미국 금리인상 국내 체감화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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