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인도 모디 총리 방문…인도시장 둘러싼 삼성·애플 경쟁 가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삼성미래전략실

 


등기이사 선임 발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식 행보는 인도 방문이었다. 직접 모디 총리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데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인 인도시장 공략에 대한 방어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간)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은 인도의 메이드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고 앞으로도 인도정부와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인도를 전략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주로 인도의 산업정책을 적극 따르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에서 직영점을 열려고 했던 애플이 최근 들어 폭스콘과 협의해 인도 현지 생산을 검토하자 이재용 부회장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시장에서 밀려난 애플은 그동안 끊임없이 삼성전자의 텃밭인 인도시장을 두드렸지만 냉대만 받았다. 애플은 인도에 직영점을 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도에서 직영점을 운영하려면 판매상품 30% 이상을 인도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거론한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이다. 이에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인도를 방문해 이 제도를 손질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애플은 하청업체 폭스콘과 2년 안에 인도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결국엔 생산기지를 짓게 될 것이란 게 IT업계 대체적 시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에 모디 총리를 만나 “삼성은 단순한 외자기업이 아닌 인도 로컬기업으로서 인도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하겠다”며 인도 현지화를 노리는 애플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한편 시간이 갈수록 스마트폰 업계에서 인도의 입지는 중국과 같이 높아지고 있다. 인구를 무기로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생산을 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은 중국과 유사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20년 인도가 스마트폰 시장규모면에서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규모는 크면서도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아 매출을 올릴 여력이 있다. 제조사들이 인도 시장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인도 시장은 오래전부터 공을 들인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도 시장은 프리미엄 시장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단일 고급 제품만 생산하는 애플에 비해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열사도 삼성전자의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델리의 고층 건물로 손꼽히는 월리타워와 지하철 일부 구간을 삼성물산이 건설했다”며 “최근엔 삼성중공업이 인도 조선소와 협업해 LNG 운반선 건조를 계획하는 등 삼성과 인도 정부는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강화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