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인공지능·모바일 미디어 등 사업 분야 겹쳐…치열한 다툼속 구글은 '공공의 적'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이 8월 31일 SK텔레콤 사옥에서 자사 인공지능 서비스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민보름 기자

 

 

 

통신 업계와 포털 업계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융합이 ICT(정보통신기술) 시장의 흐름이 되면서 분야를 뛰어넘은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당장 지도 서비스와 인공지능, 미디어 분야가 사업영역으로 겹친다. 이동통신이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 명목으로 제공하던 지도 네비게이션은 O2O와 자율자동차 시대를 앞두고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포털이 앞서가던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 분야에 통신 사업자들도 뛰어들었다. 통신 사업자와 포털 사업자들은 음성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서비스에서도 한판 경쟁을 앞두고 있다.

 

국경도 상관이 없다. 경쟁상대는 세계적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구글 지도 반출 문제를 둘러싸고 업계 의견은 좁혀졌다.

 

플랫폼 강자 꿈꾸는 통신 업계, 포털과 경쟁 예고

 

김훈배 KT 플랫폼서비스사업단 단장은 “KT가 탈통신 기반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경쟁사가 이통사가 아니라 포털이 되었다경쟁 대상을 전 세계 경쟁사로 정했다고 8월 29일 말했다. 이날 KT는 모바일 정보성 UCC(User Created Content) 동영상 플랫폼을 공개했다.

 

사용자가 직접 찍은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 중 가장 앞서 가던 곳은 구글 유튜브(Youtube)였다. 네이버도 TV캐스트를 통해 하우투 동영상이라 불리는 정보성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와 네이버에선 일반인도 자기만의 채널을 만들어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음성인식 홈 서비스 분야에선 SK텔레콤이 첫 서비스를 내놨다. 누구(Nugu)는 국내 최초 음성인식 인공지능 허브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미 자연어 처리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연내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인공지능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개발자 행사 등을 통해 전부터 알려졌다. 네이버는 3월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파파고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용 서비스 분야에선 SK텔레콤이 선수를 쳤다.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은 831삼성 LG같은 기기 제조업체와 네이버, 카카오 같은 OTT업체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면서 모두 시장에 진입하면 소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 서비스 영역에서 경쟁은 오래됐다. 카카오가 국민네비 김기사를 인수하고 각종 O2O서비스와 연계하는 동안 네이버도 지도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직 네이버 지도가 가입자를 모드며 성장하는 동안 SK텔레콤은 T맵을 전국민에게 공개했다.

 

T맵은 모바일 네비게이션 점유율 1위 서비스이다. 기존엔 SK텔레콤 회원에게만 무료로 제공됐다. SK텔레콤은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겠다고 발표한 뒤 SK플래닛이 보유하던 지도 서비스 사업을 가져왔다.

 

한 포털 업계 관계자는 “T맵은 이미 업계 1위 서비스라서 더 큰 위협을 느낀다거나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 네비게이션 서비스도 가입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플랫폼 경쟁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 적 구글, 국경 넘을까  

 

구글이 정밀지도를 통해 국내 사용자에게 제공하려는 서비스 종류 / 화면=구글
치열한 지도 서비스 경쟁 속에서 세계적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에 대한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기존 경쟁자였던 포털 뿐 아니라 통신 업체들도 구글을 견제하고 있다. 현재 정부 협의체는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신청을 11월까지로 미루고 있다.

 

현행법대로라면 구글은 국내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 수익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해야 국토지리연구원에서 승인한 정밀지도를 국외로 반출할 수 있다. 국내 서버가 없는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지도는 국내 서버를 운영하는 업체가 제공하는 지도이다. 이렇게 제공 받은 지도는 재가공돼선 안 된다.

 

그러나 구글은 아일랜드에 서버를 두고 있는 상태에서 지도 반출 신청을 했다.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8월 8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정밀지도를 확보할 경우 국내에서 자동차 길 찾기 등 다양한 지도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도 반출을 거부하고 있다. 업계에선 형평성을 문제로 삼는다. 구글이 정밀지도를 반출할 경우 국내 서버를 운영하는 업체와 납세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7월 춘천 데이터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구글의 지도반출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발언했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도 구글이 경쟁사처럼 정밀지도를 사용하려면 국내 서버를 둬야 한다그쪽이 주장하는 자체 규정 문제는 핑계에 불과하고 세금회피 목적이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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