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게임 등장하자 투자 감소…VR·AR 등 신규 시장 도전 필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포켓몬 고 모바일게임 화면. / 사진=닌텐도

 

최근 게임업계의 화두는 ‘생존’이다. 게임시장이 레드오션화 되자, 게임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대형 업체들이 중소개발사에 대한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활발히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른 투자 감소는 중소개발사에겐 치명적인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31일 ‘글로벌게임산업 트렌드 2분기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게임업계는 새로운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M&A와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게임업체들은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거나 인기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벤처캐피탈(VC) 등 민간 투자자들도 게임업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게임업체의 M&A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합병 등과 같이 회사의 덩치를 키우는 전략에서 벗어나 자사의 부족한 핵심 역량을 채우기 위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대형 온라인 게임업체의 경우 2010년 이전에는 동종 업체와의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 전략을 전개한 반면, 2011년 이후부터는 모바일게임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온라인게임이 아닌 모바일 등 신규게임플랫폼 업체 인수를 통한 수직적, 수평적 계열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IP 및 게임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 확보에 대형 게임업체의 투자와 M&A가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3월 국내 웹소설 전문기업인 알에스미디어에 20억 원을 투자했다. 알에스미디어는 2014년 6월 설립된 국내 대표 웹소설 기획, 제작, 매니지먼트 업체다. 업계에서는 엔씨가 이 투자를 통해 알에스미디어와 웹소설 기반 신규 IP 발굴을 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엔씨는 지난 2015년에도 만화 기획제작 업체인 재담미디어에 1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넥슨도 M&A 및 투자를 통해 해외 게임시장 및 모바일 게임사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중국 등 해외 게임업체가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자 넥슨도 해외 시장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M&A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넥슨은 미국 게임업체 빅휴즈게임즈(Big Huge Games)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빅휴즈게임즈는 1900만 건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모바일게임 ‘도미네이션즈’를 개발한 곳이다.

넷마블게임즈 역시 해외 시장 진출, 신규 IP 확보 등을 위해 M&A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 세계 모바일 퍼즐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에스지앤(SGN)을 15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인수에 실패하긴 했지만, 세계 최대 소셜 카지노 게임업체인 플레이티카(Playtika)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게임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 동안 중국 게임업계의 국내 게임업체 인수와 투자는 글로벌 게임 M&A 시장의 큰 손으로 성장한 텐센트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텐센트는 지난 2014년 3월 넷마블게임즈에 5억달러를 투자하고 28%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의 위치에 올랐다.

이어 2014년 9월에는 모바일 게임업체인 파티게임즈에 200억원 10월에는 모바일 게임업체 카본아이드에 100억원, 11월에는 네시삼십삼분에 1200억원을 투자하며 25%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금융 투자기관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의 지난 7월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텐센트의 국내 게임업체 인수는 더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텐센트가 관심을 둘 만한 국내 중소·중견 게임업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는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내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에 성공한 장르의 게임을 모방하는 데 급급한 국내 게임업체의 등장시기와 맥을 같이한다.

수많은 업체들이 매주 수십개의 모바일게임을 출시했지만 대다수는 주목 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기에 중소 게임체들에 대한 투자 역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이후 중국 자본은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에 대한 투자보다는 우회 상장을 위환 전략의 일환으로 투입되거나, 중국에서 유명한 IP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 중국 게임업체 로코조이가 블루투스 핸즈프리 등을 생산하는 국내 IT업체 이너스택의 주식 33.6%를 126억원에 인수한 사례가 있다.

VC의 게임시장에 대한 신규 투자 역시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게임 유사 산업 분야인 ICT 서비스 부분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것과 비견되는 상황이다. 한 VC 관계자는 “제대로 준비된 스타트업이 부족하다”며 “게임 스타트업의 수는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투자가치를 담보할 만한 질적으로 우수한 스타트업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가상현실(VR) 등 신규 게임시장에 대한 진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탈에 따르면, VR 및 증강현실(AR) 산업 관련 전 세계 VC 투자는 올해 1분기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1분기에만 12억 달러의 자금이 VR·AR 시장에 몰리며, 직전 분기 대비 5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장밋빛 성장 가능성이 제기되며, VC의 관심을 받고 있는 VR 게임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투자유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특히 중국 게임업계가 모바일 게임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내 게임업계가 VR 게임 등 신규 시장을 선점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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