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측 "9월 안으로 '회수의문'으로 변경, 충당금 쌓을 것"

KEB하나은행이 한진해운 여신 관련 건전성 재분류 작업에 들어갔다. 한진해운 여신 건전성을 시중은행보다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 사진=뉴스1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으로 KEB하나은행이 한진해운 여신의 건전성 재분류 작업에 들어갔다. 한진해운 여신 건전성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추가 충당금 적립도 불가피하게 됐다.

1일 하나은행 관계자는 "9월 안으로 여신 건전성 분류 작업에 들어간다"며 "현재 '고정'에서 '회수의문' 또는 '추정손실'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쌓아놓은 충당금 액수는 절반 정도다. 나머지 부분을 이달 말까지 다 쌓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은행별 채권비율은 산업은행이 66.2%, 하나은행이 12.2%, 농협은행이 8.5%, 우리은행이 6.8%, 국민은행이 5.5%, 부산은행이 0.8% 등이다. 익스포저 규모는 산업은행이 6660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어 하나은행(890억원)· NH농협은행(850억원)·우리은행(690억원)·KB국민은행(530억원)·수출입은행(500억원) ·부산은행(80억원) 순으로 한진해운에 여신을 제공했다.

각 채권은행은 충당금을 상당부분 적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여신을 추정손실로 분류해 100% 충당금을 쌓았다. 농협은행도 회수의문으로 설정해 약 90%의 충당금을 적립해 놨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또한 회수의문으로 분류, 충당금을 100% 가까이 쌓아놨다.

수출입은행은 약 500억원의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했지만 이는 대한항공 보증을 통한 영구사채로 대한항공에서 전액 돌려받을 수 있는 여신이다.

대부분 채권은행이 한진해운 여신에 대한 회수 의문을 가지고 여신 건전성을 낮춰 충당금을 상당 부분 적립한 반면 하나은행만 한진해운 여신 건전성을 고정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이에 하나은행은 뒤늦게 여신 건전성 재분류와 추가 충당금 적립에 나서게 됐다.

은행은 기업 등에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따라 여신 건전성을 5단계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는다. △정상(충당금 적립 비율 0.85% 이상) △요주의(7~19%) △고정(20~49%) △회수 의문(50~99%) △추정 손실(100%) 등이다.

여신 건전성이 낮아질수록 은행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하면서 채권은행들은 한진해운 여신을 추정 손실 이하로 분류해야 한다. 금융업계는 하나은행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액이 4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조선업과 해운업 부실이 터지면서 은행 부실채권과 그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었다"며 "각 은행이 리스크 관리 역량이 집중하고 있는데 하나은행만 한진해운 여신과 관련해 고정으로만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채권은행이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 철회를 결정하는 자리에 하나은행은 조건부 지원 입장으로 왔다고 한다"며 "하지만 다른 채권은행이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이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 달까지 채권단이 (한진이 제시한 자구안을 수용해) 지원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가능성 때문에 여신 분류를 고정으로 유지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