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재산검증 올인, 사드배치 따른 콘텐츠‧관광 검증도 부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윤선 후보자가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6조원의 예산을 책임지게 될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정책에 대한 구체적 검증 없이 끝났다. 검증을 맡은 야당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사드배치 후 콘텐츠‧관광산업 타격 여부도 중요성에 비해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과 상관없이 조 후보자의 장관 취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31일 진행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순탄치 않았다. 여당 의원들이 29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이뤄진 추경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에 대한 반발로 유성엽 교문위원장 사퇴를 청문회 속개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공방까지 벌였다.

결국 여당의원들이 청문회를 거부하면서 야당 단독으로 조 후보자에 대한 질의를 진행했다. 2006년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후 야당만의 청문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청문회를 다룬 대부분의 보도는 ‘파행’과 ‘반쪽’, ‘막말’이라는 단어로 채워졌다.

그나마 IT와 게임 관련 전문지 일부만 ‘셧다운제’ 관련 질의 내용을 소개했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길지 않아 대부분 단발성으로 그쳤다.

같은 날 오후에 속개된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신상검증에 시간을 할애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18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에 속했을 때 조 후보자의 배우자가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사건을 총 26건 수임했다”고 지적했다. 또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2013년 이후 매년 5억원 가량을 지출했지만 이와 관련된 내역이 명확치 않다고 추궁했다.

이 같은 기류는 청문회 전부터 형성돼 있었다. 한 야당소속 교문위 의원은 청문회 전 기자와 만나 “재산과 소득 등 이미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의혹이 많다”며 “청문회 검증 후 적격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야당의원들은 청문회 과정에서 언론 보도 이상의 논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 역시 준비한 답변을 무리 없이 내놓았다.

문화예술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신상검증으로 청문회 화력이 집중된 탓에 정작 정책과 현안에 대한 검증이 크게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반쪽 청문회’라는 말은 정책검증 없이 진행된 상황을 가리켜야 한다는 평가다. 특히 상임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이 같은 사태를 만든 핵심요인으로 꼽혔다.

최혁규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19대 국회 때는 배재정(전 부산일보 기자), 최민희(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의원 등 문화와 미디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야당의원들이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상임위에서 기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20대는 아직 개원 초기라 그런지 그런 의원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다보니 문화정책에 대한 질의보다는 재산 문제를 부각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문회에서는 사드 배치가 한류콘텐츠와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 등 주요 위기 현안에 대한 질의도 심도 깊게 이뤄지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타격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던 셧다운제 역시 단발성 질의에 그쳤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게임산업 발전과 청소년 보호 둘 다 중요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핵심전문가이자 웹젠 의장 출신인 김병관 더민주 의원이 교문위가 아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인 까닭에 검증의 전문성이 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교문위원들이 청문회 준비 차원에서 산하기관에 자료도 요청하고 미리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임기 초기라 그런지 자료요청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막상 청문회가 오니 신상 검증에 집중하느라 정책이나 현안 관련 질의를 깊게 하지 않더라”며 “근본적 원인은 전문성 부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화 관련 예산을 총괄하는 책임자 청문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한 거다”고 밝혔다.

문화복지와 예술인 처우 이슈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5월 발표한 ‘2015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송 제작스태프의 표준계약서에 대한 인지도는 43.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예진흥기금은 내년도 고갈이 확실시된다. 

 

그나마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과 조승래 더민주 의원이 각각 정부 입장에 반하는 예술영화에 대한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배제 의혹과 예술강사 처우 개선을 지적했다.

 

혁규 연구원은 “문화기본법 문화영향평가 등 문화적 권리와 관련된 정책들이 생산되고 시행되는 와중에 이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 부족한 점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본격적으로 다룰 문체부 예산은 내년에 사상 최대치로 늘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7년 정부 예산‧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문화재정이 사상최초로 7조원을 넘어섰다. 이 금액은 문화재청 예산과 미래창조과학부 일부 예산을 포함한다. 2016년 문화재정도 직전 해보다 8.5%가 늘었었다.

문체부의 재정지출 규모도 5조 9104억원으로 올해보다 7.6%가 늘었다. 정부 모든 부처 중 예산증가율 최상위권이다. 관광부문은 1조 6511억원, 콘텐츠부문 8597억원이다. 특히 관광 재정은 17%나 증가했다. 장관 내정 후 당장 다뤄야할 사드 위기관리 영역도 관광과 콘텐츠에 집중된다. 구체적인 대안과 비전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질문미비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야당은 드러난 재산과 소득 의혹을 이유로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윤선 장관’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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