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업종 2분기 실적 기대 이하… 주택 공급 줄이려는 정부 정책도 암초

건자재 업종이 오랜만에 찾아온 주택 시장 활황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늘어난 공동주택 분양 물량에 건자재 투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임에도 제품가 하락 등으로 업종 전반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정부가 가계 부채 축소 대책으로 주택 공급을 줄이기로 하면서 건자재 업종 투자자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건자재 업종 중에서도 차별화하고 있는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 경기 호황의 흐름은 올해 건자재 업종으로 넘어왔다. 통상 착공 후 6개월까지는 골조 공사로 인해 시멘트, 콘트리트파일 등 업체들이 수혜를 받는다. 착공 12개월이 지나 골조 공사가 끝나면 창호와 석고보드 등 중간재 기업들의 이익이 성장하고 2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바닥재, 페인트 등 마감재 업체 매출이 늘어난다.

실제 지난해부터 신규 착공 면적은 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착공 면적은 2014년보다 38.3% 증가했다. 착공 면적이 넓을 수록 필요한 건축 자재가 많아져 건자재 업체들엔 호재다. 올해 상반기 착공한 신규 주택도 29만9000호로 지난해 28만9000호 대비 3.7% 늘어 건자재 업종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늘어난 착공에도 건자재 업종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쌍용양회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 1만7200원으로 연고점인 4월 29일 종가 2만773원 보다 17.2% 하락했다. 시멘트 점유율 2위인 한일시멘트 25일 주가 역시 연고점 11만9500원 대비 32.4% 떨어진 8만700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 상장한 콘크리트파일 시장점유율 2위 업체 동양파일은 이날 8480원으로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레미콘 업체인 유진기업은 이달 24일 장중 5860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하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중간재와 마감재를 공급하는 LG하우시스는 같은 날 장중 10만9500원으로 연저점을 기록했다. 중간재와 마잠재를 공급하는 KCC는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삼성물산 지분 가치로 인한 영향도 무시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건자재 업종 주가가 쉽사리 오르지 못하고 있는 데는 업계 기대치보다 낮은 실적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멘트 업종은 대다수 종목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줄었다. 동양시멘트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1% 줄었고 한일시멘트 영업이익은 22%나 줄었다. 쌍용양회 영업이익은 30.4% 늘었으나 판관비용이 크게 줄었고 시멘트보다는 레미콘 부분 실적 기여도가 컸다.

건자재 업종 대장주라 할 수 있는 LG하우시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4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감소했다. 반대로 다른 건자재 업종과는 달리 주가가 상승세인 KCC와 유진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052억원, 3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5%, 73.7% 증가했다.

결론적으로는 시멘트 사업과 중간재 사업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반면 레미콘 사업은 선방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시멘트 실적이 좋지 못했던 데는 판매 단가 하락이 컸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만9000원이었던 시멘트 톤당 단가가 반기 평균 6만4741원으로 7% 이상 하락했다.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했다. 반대로 시멘트를 원재료로 이용하는 레미콘 사업은 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건자재 업종은 실적 개선이나 투자 심리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25일 주택 시장 과열과 가계 부채 대책 일환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택지 공급을 줄이고 건설사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과 분양보증 요건을 강화키로했다. 한마디로 주택 공급을 줄여 무분별한 주택 사업이 벌어지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향후 건자재 업종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택 거래량 감소로 건축자재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 성장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건축 자재 회사들 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되어 있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하반기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수요 증가로 인해 이익 증가가 가능해지면서 주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건자재 종목들의 주가가 건설경기 호황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초동 일대 아파트.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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