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국 구조조정 실효성 의문”…해외 “이번엔 효과 즉시 나타날 것”

 

국내외 철강업계 전문가들이 24일 서울 삼성 포스코센테에서 열린 '스틸세미나 2016'에 참석해 토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탁승문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무, 이학노 동국대 교수, 유병구 산업연구원 원장, 왕두춘 중국강철공업협회 부비서장, 폴 버터워스 CRU 박사. / 사진=황의범 기자

 

국내외 철강산업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관계자들은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발표대로 이뤄질지를 의심했다. 목표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생산량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반면 해외 전문가들은 중국이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설비 축소로 가동률이 높아지면 중국 내수가격이 오르고 이는 글로벌 철강 가격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철강협회와 대한금속재료학회는 24일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철강업계와 수요업계, 학계 관계자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틸코리아 2016’를 개최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철강시장 공급과잉의 원인이 중국이라는 점과 중국이 생산량을 줄여야한다는 것에서는 공감했지만 중국 정부가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 중국 구조조정 이뤄질지 의문

탁승문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무는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생산설비를 감축하겠다고 계속 발표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생산설비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상반기 세계 조강생산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9.9%에서 50.3%로 0.4% 포인트 늘었다. 이어 탁승문 전무는 “중국 정부는 과거 감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바 있다. 이번 감산 정책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선 2008년 중국 정부는 5조2100억톤에 달하던 철강 생산량을 2009년 4조6000억톤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생산량을 5조7700억톤으로 되레 늘었다.

중국 정부가 실업자 문제로 구조조정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중국 정부가 목표치인 1조5000억톤 규모 조강생산설비를 줄이면 5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철강산업 뿐 아니라 운송 등 관련업계까지 더하면 실업자 수는 더 늘어난다. 탁승문 전무는 “ 새로운 일자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단기간에 5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이 구조조정 목표치를 달성한다고 해도 공급과잉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탁승문 전무는 “국내외 수요상황이 여의치 않다. 중국 정부 발표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고 해도 공급과잉 해소에 적어도 3~4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정부 구조조정 의지 강력…“이번엔 진짜다”

반면 해외 전문가들은 중국의 구조조정 의지가 확고하고 이번 구조조정으로 세계 및 국내 철강 시황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낙관했다.

일단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강력하다는 설명이다. 왕더춘 중국강철공업협회 부비서장은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감축안이 수요가 충분한 상황에서 글로벌 압박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이번 감축 정책은 정부, 업계, 시장이 원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만 4500만톤에 달하는 생산설비를 줄일 방침이다. 지난달 말까지 2100만톤을 줄였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 버터워스 CRU 박사는 중국 철강업체들의 비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생산설비 감축은 필연적이라고 덧붙였다. 폴 박사는 “2012년 이후 중국 업체들의 비용경쟁력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이번엔 정말 설비를 감축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설비가동률이 올라가고 제품가격이 오를 것이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철강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전문가들과 달리 두 해외 전문가는 중국 내수시장이 향후 안정적으로 성장할 해 공급과잉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낙관적 시각을 비쳤다.

◇ 우리 정부 역할도 중요…“연구개발 보조금 지급, 무역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철강업계가 살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탁승문 전무는 “국내 업계는 결국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상품이 수익성을 내기 위해서는 철강업계 뿐 아니라 전방산업도 함께 고도화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정부의 진흥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학노 동국대 교수는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해 기업이 연구개발에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내수시장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탁승문 전무는 “국내 철강재 중 수입산이 40%다. 일본 10%, 중국 1%에 견줘 엄청난 수치다. 정당한 수입을 막을 순 없지만 불공정하게 들어온 수입재에 대해서는 정부의 방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해 국내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방향성 대해 발표하기로 했던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컨설팅을 진행 중인 BCG가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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