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사망 보장여부 주계약은 빼놓고 특약만 살펴…주계약 포함시 미지급 보험금 늘어날 듯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관련 조사에서 특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보험 계약만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 사진은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자살보험료 지급 요구를 하고 있는 장면. / 사진=뉴스1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가 미지급해온 자살보험금 관련 조사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생보사를 조사할 당시 특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보험 계약만 조사하고 더 중요한 주계약은 들여다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보험계약까지 포함하면 애초 금감원에 보고된 금액보다 더 늘어난다"며 "이는 보험사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감원이 먼저 생보사에 ING생명에 맞춰서 특약에서 보장한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래서 금감원에 주계약은 안 해도 되냐고 되묻자 금감원이 특약에서 보장한 내용만 보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자살보험금 문제가 불거지는 계기가 됐던 때는 2002년 ING생명이 재해사망 특약에서 자살보험금을 보장하는 보험을 판매하면서부터다. 당시 재해사망 특약 약관에는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후 ING 등 생명보험사는 뒤늦게 약관 작성에 실수가 있었고 자살은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재해사망보험금을 신청한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논란이 소송으로 이어지자 대법원은 지난 5월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계약 재해사망 보장금까지 조사가 확대되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이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며 "대법원이 지난 5월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이후 생보사들은 금감원 지시와 별개로 특약에 보장된 자살보험금만 아니라 주계약 재해사망 보장금까지 6월부터 지급해 왔다"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ING생명 보험 상품을 조사할 때 ING생명이 주계약이 아닌 특약으로만 가입자에게 자살 보험금을 주게 돼 있다 보니 금감원에서 그렇게 요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에서 약관 내용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해서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다 지급하고 있다"며 "소멸시효경과 계약에 대해서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을 보고 지급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생명이 금감원에 보고한 미지급 보험금 액수는 삼성 607억원·교보 265억원·한화 97억원이다. 여기에 주계약까지 포함하면 금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퍼펙트교통상해보험', 교보생명 '차차차교통안전보험', 한화생명 '베테랑상해보험' 등 모두 주계약에서 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보장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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