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석학 인터뷰... “로봇 연구 통해 인간 이해의 폭 넓힌다”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대 교수가 지난달 25일 연구실에서 자기와 닮은 휴머노이드 제미노이드와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철현 기자

 

지난달 25일 정오 오사카대학엔 가는 비가 추적 거리며 내렸다. 오사카대 교문 앞에서 만난 학생에게 “히로시 이시구로 교수를 만나러 간다”라고 말하자 그 학생은 바로 히로시 교수 연구실이 자리한 시스템혁신 연구동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만큼 오사카대에서 히로시 이시구로 시스템혁신과 교수는 유명했다.

히로시 교수는 오사카대학 못지 않게 휴머노이드(인간과 비슷한 로봇) 분야에서도 유명인이다. 그는 인간과 닮은 로봇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2005년 여성 안드로이드 리플리Q1엑스포를 발표하면서 학계에서 주목 받았다. 2008년 자기와 닮은 로봇 제미노이드를 발표했다. 텔레노이드R1이란 통신 로봇도 선보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08년 다큐멘터리 시리즈 ‘빅 아이디어스(Big Ideas)’에서 제미노이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시안사이언스매거진은 2011년5월 히로시 교수를 주목해야할 아시아 과학자 15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시사비즈는 지난달 25일 오사카대 시스템혁신동 연구실에서 히로시 교수를 만났다. 연구실 안에는 히로시 교수와 똑 같이 생긴 로봇 제미노이드가 눈을 깜빡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실 로봇에 관심이 없다. 난 인간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 나 자신과 인간을 탐구한다. 로봇 연구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다. 로봇 연구자들은 로봇의 기계적 특성이나 인공지능 등에 관심을 가진다. 나는 다르다. 초등학교 시절 인간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마음이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인간 언어의 애매모호한 속성 탓에 인간과 소통하기도 어려웠다. 그 물음을 담고 살았다. 그러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로봇을 연구하게 됐다.

장기적으로 로봇 연구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인간에 대한 이해다. 마음, 인식 등 인간의 깊은 내면을 이해하려 한다.

그러면 로봇 아니라 인간 두뇌를 전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두뇌가 인간의 전부는 아니다. 신경 체계만 공부해선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두뇌만 연구해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연구 영역엔 관심이 없다. 난 전혀 다른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당신 로봇은 무엇이 특별한가.

로봇의 외관이 중요하다. 로봇이 인간처럼 생기면 강한 존재감을 준다. 이에 내 로봇은 인간과 닮았다. 생김새, 행동, 메커니즘(기제) 등 여러 면이 인간과 비슷하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은 발전하지 않았다. 신경 네트워크의 폭이 확장됐을 뿐이다. 기본 개념은 한치도 나아가지 않았다. 이 기술은 20년과 비교해 새롭지 않다. 음성인식, 시각정보 해석 등 딥러닝 기술은 기존 기술의 확장판일 뿐이다.

물론 딥러닝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면 로봇은 가까운 미래에 인간처럼 보고 말하고 똑똑해질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로봇에 의도와 욕구를 심는 것이 과제다. 로봇 내면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

‘페퍼’ 같은 소셜 로봇과 당신 로봇 간 차이는.

다를 게 없다. 우리도 페퍼 같은 소셜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또 인간과 닮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휴머노이드와 함께 기계 모양 로봇도 함께 만들고 있다.(히로시 교수는 의향, 욕구 등 일종의 감정 상태를 로봇 내면에 탑재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을 상용화할 생각 없나.

로봇을 상용화하기 위해 2000년 벤처를 설립했다. 지금은 취미 로봇 시장이 가장 크다. 지금 수요가 늘고 있는 안내 로봇이나 반려 로봇를 개발하고 있다.

당신 로봇은 시각 정보를 얼마나 이해하나.

데이터 입력량에 달렸다. 시각적 정보를 해독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량이 투입되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해 내지 인식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이해하는 지 모르겠다. 로봇은 인간을 복사한다. 인간의 인지 기제를 정확히 모르는데 로봇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나.

로봇 해킹에 대한 우려가 있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다. 보안 프로그램을 깔면 된다. 그것마저 찜찜하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해킹이 걱정되면 로봇을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로봇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과 해킹 피해나 우려를 비교해 결정하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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