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대표 시절 LK파트너스 요진건설 2대주주 오른뒤 차익실현 후 빠져…현실적으로 국민연금 손잡을지도 의문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토종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2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일각에선 조양호 회장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허나 과거사례와 현재 상황 등을 감안하면 실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재계 및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선 KCGI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장악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KCGI 측은 일각에선 KCGI가 전격적으로 9%를 취득한 것을 경영권 장악 의도로 해석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한진칼 경영권에 대한 위협보다는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 같은 KCGI 측의 주장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양호 회장 일가가 흔들리는 새 경영권을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눈빛이다.

 

KCGI가 그 외 주주들과 경영진을 압박하는 시나리오는 이론적으로 보면 가능하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17.84%), 조현아(2.31%), 조원태(2.34%), 조현민(2.3%) 등 한진일가가 약 28%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KCGI(9%), 국민연금(8.35%) 등 기관투자자 지분들을 모두 합치면 한진일가와 비슷한 약 29% 규모가 된다. 여기에 여론 등을 고려하면 소액주주들 역시 총수일가에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유인이 있어 경영권 위협 상황이 가능하다.

 

허나 이전 사례를 보면 KCGI의 입장문 주장에 힘이 실린다. 강성부 KCGI대표는 과거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 시절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바 있으나 경영권을 뺏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과거 강성부 대표 체제의 LK파트너스는 550억원으로 요진건설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가 차익실현하고 빠져나간 바 있다이번에도 주된 목적은 차익실현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5LK파트너스는 중견건설사 요진건설에 투자했다가 2배 넘게 수익을 거뒀다. 이후 요진건설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오히려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당시 LK파트너스의 대표로 투자를 주도했던 이가 현재 KCGI의 강성부 대표다. 당시 사례를 적용하면 2대 주주 등극을 꼭 경영권 장악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눈을 돌려도 경영권 장악 시나리오는 쉽게 전망하기 힘들다. 국민연금이 KCGI와 함께 이사진 해임까지 요구하도록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데 아직 시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한 금융당국 인사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계없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총수일가 퇴진에 의결권을 행사하기엔 여전히 현실적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총수일가 대부분이 불구속으로 빠져나간 상황에서 무조건 몰아내자분위기를 주도할 명분도 약한 상황이다.

 

한편 이 논란의 진정한 승자는 KCGI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재판과 주총을 눈앞에 두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 회장으로선 이번 사태와 관련 KCGI를 비롯한 주주들에게 친화적인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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