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공모 규모, 전년 대비 26% 수준

국내 증시 침체 속에 올해 공모 실적이 급감하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연초만 해도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면서 올해 공모 실적이 예년의 반타작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내증시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당분간 기업공개 시장 역시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 침체 속에 올해 기업공개(IPO) 공모 실적이 급감하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연초만 해도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면서 올해 공모 실적이 예년의 반타작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내증시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당분간 기업공개 시장 역시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22일 한국거래소 시장정보에 집계된 3분기말 누적 공모액은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말까지 기업공개 시장에서 기록한 누적 공모액 6조5000억원과 비교할 경우 26%에 불과한 수준이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국내 증시 침체가 꼽힌다. 지난해 증시 호조 속에 기업공개 시장 역시 뜨거웠으나 올해는 투자자들이 신규 상장 기업에까지 눈을 돌리기엔 시장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이유다. 

 

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시점에 무리해서 기업공개를 진행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상황에서 대어급 종목들은 상장이 아니더라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큰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문에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기대주 가운데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수요예측에서 미지근한 시장 반응에 자진해서 상장을 철회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대어급 기대주였던 SK루브리컨츠는 희망공모가밴드를 10만1000원~12만2000원으로 제시했으나 기관 수요예측에 들어온 주문 대다수는 공모가 하단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본 SK루브리컨츠는 지난 4월말 상장을 포기했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 9월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차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현대산업개발 그룹사인 HDC아이서비스 역시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자진 철회한 사례로 꼽힌다. HDC아이서비스는 희망공모가 밴드를 8300원~1만700원으로 제시한뒤 지난 9월초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HDC아이서비스는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신규로 추진하려던 사업을 일부 축소하겠지만 자체 자금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로 금융당국의 감리가 강화된 점 역시 올해 기업공개 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감리가 길어지면서 상장이 연기된 카카오게임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후 시가총액이 2조원에 달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한반기 기업공개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현대오일뱅크 역시 감리 이슈에 연내 상장이 불투명한 상태다.

 

시장 침체나 감리 이슈 속에서도 상장을 강행한 업체들은 부진한 상장후 부진한 주가가가 부담이다. 희망공모가 하단을 미달하는 공모가를 받아들고도 기업공개를 강행한 종목 가운데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부각되서다. 흥행 참패에 이어 상장후 주가 수익률마저 약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다시 한번 낮아진다는 지적이다.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 밴드(1만4600원~1만6700원)에 미치지 못한 1만2000원을 받아들인 티웨이항공은 상장후 주가수익률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이날 종가는 8040원으로 공모가 대비 33% 가량 하락했다. 유가 상승과 환율 부담 속에 항공업종에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상장을 추진 중인 에어부산 역시 벌써부터 투심이 얼어붙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VC업계의 연이은 상장 랠리 속에 기업공개에 성공한 나우아이비캐피탈 역시 공모가 대비 34% 가량 하락한 상태다.  VC업계에서는 아주아이비투자가 상장 절차를 밟고 있으나 흥행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분기만 해도 상장후 시가총액 3500억원이란 평가를 받던 아주아이비투자는 희망공모가밴드에 할인율을 높이면서 신중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예상시가총액은 2000억원대 중후반으로 낮아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침체되면서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장을 강행하더라도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 공모가를 낮추는 분위기라 전체 공모 규모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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