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이전 정부부터 규제 준비…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중심 맡아

새 정부 들어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들을 감시하는 사정당국인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공익법인에 대한 양대 사정기관의 실태조사와 관련법 개정 추진 상황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재계의 관심도 뜨겁다. 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공익법인 규제와 관련해 국세청과 공정위 모두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17일 제3차 국세행정개혁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영리법인과는 별도의 세무조사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결산 공시서류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국세행정개혁위의 자문에 따라 대기업 관계 공익법인을 우선 검증하되 추진 성과를 분석해 전수검증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증여세 면제 혜택이 더 큰 성실공익법인의 요건도 다시 검증해 제도의 편법적 이용을 차단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대법원·금융감독원 등의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한 전산 분석을 강화하고 세법상 의무를 이행을 준수하지 않은 공익법인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도록 할 방침이다.

국세행정개혁위가 대기업 공익법인에 대한 감시 강화를 주문했지만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공익법인과 관련해 국세청 내부에선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고 있고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경우 이전 정부에서부터 문제가 돼 왔던 터라 국세청도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자료를 이미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혐의만 있으면 즉각적인 세무조사 투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상황도 국세청과 비슷하다. 공정위의 공익법인 규제에는 재벌개혁 분야의 최고 베테랑들이 모여 만든 기업집단국이 중심에 있다. 지난달 22일 설치 1주년을 맞은 기업집단국은 그간 총 19개 사건을 처리하면서 과징금 총 396억9000만원을 부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11개 법인과 총수 일가 4명을 포함한 13명이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업집단국은 올해 1월 이른바 '맥주캔 통행세'로 총수 2세에 100억원대 부당지원을 하이트진로에 과징금 총 107억원을 부과하고, 총수 2세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4월에는 효성그룹이 조현준 회장 회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룹 총수인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30억원을 부과했다.

이어 10년 넘게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197억원을 몰아 준 혐의로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총수 일가 소유 회사와 친족 62명을 제외하고 계열사 신고를 해온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표 재벌개혁 선두에 있는 기업집단국의 첫 성과는 공익법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앞두고 있는 기업집단국은 올해 지주회사·내부거래·공익법인 등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여 공개한 바 있는데 이 중에서도 ‘공익법인’이 업계의 반발이 가장 적다.

여야도 대기업 총수 일가의 우회 지배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공익법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한다는 것에는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다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그간 여야가 공익법인에 대한 비슷한 지적을 해온 만큼 국회 문턱을 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대한상의에서 재계가 공익법인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두고 불만을 표출했지만 ‘우회지배’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상 결국(관련 개정안이) 성사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표=조현경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