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코어 뱅크 전환, 글로벌 금융영토 확장에도 힘 쏟아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IBK기업은행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동반자 금융’이다. 동반자 금융은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취임 직후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이다. 아울러 김 행장은 디지털 코어(CORE) 뱅크 전환, 글로벌 금융영토 확장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권 최초로 중소기업대출 잔액 15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김 행장은 1985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후 기업금융센터장, 경영전략그룹장을 거쳐 지난 2016년 12월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특히 취임 직후 동반자 금융을 강조하며 기업은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동반자 금융이란 단순 자금공급자, 금융조력자의 역할에 그치던 은행의 역할을 한 단계 더 확장한 개념이다. 기업은행이 ‘성장(Scale-up)’, ‘재도약(Level-up)’, 선순환(Cycle-up)’이라는 ‘3-up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생애주기 전반에 능동적으로 관여해 성공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창업·성장 초기 기업 지원을 위해 2021년까지 총 10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중소기업 인수·합병(M&A)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또 동반자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 뿐만 아니라 엑시트(Exit) 사모펀드 조성, 서민금융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행장은 동반자 금융 실현을 위해 다양한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인 IBK창공은 기업은행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식 벤처보육체계를 한국 현실에 맞게 수정해 운영하고 있는 우수 창업·벤처기업 지원 플랫폼이다. 선발된 입주기업에는 투자 및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유수 액셀러레이터와 손잡고 1대1 맞춤형 컨설팅 및 다양한 국내외 투자자와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중소기업대출 잔액 15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은행 중 중기대출 잔액이 150조원을 넘은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동반자 금융이 어느정도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창립 이후 단 한 번의 인수합병 없이 자력으로 이룬 성과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의 중기대출 확대와 우량 중소기업 유치 경쟁 속에서 달성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디지털코어 뱅크 전환과 글로벌 금융영토 확장에도 최근 힘을 쏟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 8월 열린 창립 57주년 기념식에서 디지털 코어뱅크로의 전환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전환은 완전한 변신을 뜻한다”면서 “시스템을 바꾸고 기술을 도입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례 없는 변화와 깊이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전략그룹을 디지털그룹으로 바꾸고 디지털혁신본부와 빅데이터센터, 혁신R&D센터 등을 신설했다. 지난 9월에는 더존비즈온과 ‘중소기업 디지털 금융 구현’을 위한 사업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또 중소기업 경영지원 디지털 플랫폼인 ‘IBK BOX’도 내년 초를 목표로 구축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나 애로사항을 풀어주는 디지털 솔루션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하는 모델이다.

김 행장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도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사무소를 세운지 3년 만에 현지 중앙은행(NBC)으로부터 지점 설립 인가를 따냈다. 지난 1월 김 행장이 직접 캄보디아 중앙은행을 방문해 얻어낸 결과다. 기업은행은 IT시스템 구축, 현지 직원 채용 및 교육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지점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도 가시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각각 인도네시아 아그리스 은행, 미트라니아가 은행과 조건부 주식인수계약을 맺은 바 있다. 기업은행은 현지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이 나는 대로 두 은행의 합병을 추진해 인도네시아 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러시아와 폴란드 진출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오래전부터 계속 돼 왔던 ‘꺾기’ 논란은 김 행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꺾기란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면서 자사의 예금, 적금, 보험 등 금융상품에 가입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의 경우 계속해서 꺾기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에도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 16개 은행별 중소기업 대출 꺾기 의심거래 취급현황’ 자료를 통해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거래가 가장 많았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행장이 취임직후 부터 역점을 뒀던 동반자 금융이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다만 계속되는 꺾기 논란에 대해서는 확실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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