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백화점과만 협의, 24개 가판점으로 점포 매출 피해 예상 토로…구청 “상인들은 피해 없다” 반박

이수역 인근에서 최근 공사를 마친 가판점들이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최근 논란이 일었던 상도유치원 사태에 이어 동작구청의 가판점 정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시사저널e 취재 결과, 지난 2016년부터 진행한 문화거리조성 정책으로 이수역 인근 노점을 정비해 24개 가판점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점포 상인들은 이 정책이 사전 통보되지 않았으며, 가판점으로 매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점포 바로 앞에서 가판점이 영업하는 상황에 대비한 구청측 배려가 없는 공권력의 횡포라는 것이다. 반면 동작구청은 지난해 상인들에게도 공지했으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며 반박하고 있다. 

 

11일 이수역 인근 점포 상인들에 따르면 동작구청은 지난 2016년 9월 동작대로에 문화거리를 조성한다는 내용의 사업에 착수했다. 노점 정비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점포 상인에게는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주민에게는 찾고 싶고 걷고 싶은 문화거리를 조성하는 데 정책 목표가 맞춰졌다. 사업 대상은 동작대로 이수역 12번 출구에서 14번 출구 사이 약 300m 구간이다. 총 사업비는 6억5600만원이다.  

 

동작구청은 2016년 9월부터 노점대표 간담회를 55회, 사업설명회를 3회 개최했다고 밝혔다. 올 3월에는 문화거리 조성 디자인 용역을 준공했으며, 협업부서 대책회의 및 유관기관 협의도 16회 개최했다. 상하수도 시설 및 전기시설공사, 보행로 정비 등 기반공사도 마쳤다. 거리가게부스, 사인물, 벤치, 차폐벽 등 시설물 공사도 마무리했다. 

 

하지만 동작구청은 정작 이수역 인근 점포 상인들에게는 가판점 정책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이 상인들 측 주장이다. 일부 점포 상인은 가판점 공사가 진행 중인 지난 5월 하순에야 사업과 공사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정작 사업을 진행하는 동작구청이 아닌 가판점주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노점 점주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이다. 

 

이같은 공사 내용을 인지한 일부 상인은 동작대로에 사실상 가판점을 허용하기 위한 정책이 문화거리조성 정책의 핵심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일부 상인은 6월 초순 회의를 갖고 동작구청 담당부서를 찾아갔다. 하지만 당시는 구청장 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상인들이 일단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상인들은 고심 끝에 상인과 주민 200여명 서명을 받아 결국 서울시청 옴부즈만위원회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한 상인은 “상인들끼리 회의를 하고 구청을 항의방문하는 상황에서 동작구청의 일부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서울시청의 주민감사로 인해 동작구청의 가판점 정책이 일단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동작구청이 가판점 공사를 마무리하기로 한 것은 지난 6월 5일이었다. 하지만 상인들 예상과 달리 2개월이 보류된 지난 8월 10일 경 공사를 마무리한 동작구청은 가판점 영업을 강행했다. 11일 현재 24개 중 거의 전부 가판점이 영업을 개시한 상태다.

 

이수역 인근 점포 상인들 주장의 핵심 내용은 구청의 행정적 공권력에 대한 불만으로 요약된다. 상식적으로 점포 바로 앞에서 가판점이 영업하게 되면 점포와 가판점 업종의 유사성을 차치하더라도 해당 점포에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동작구청이 구체적으로 개별 점포에 대해 설명하거나 통보하지 않고 강행한 것은 점포와 이를 소유한 건물주 등에 재산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태평백화점 앞에는 실제로 이번에 동작구청이 승인한 가판점 2곳이 영업하고 있다. 사진 속 원안에 있는 두곳이 가판점이다. 사진 오른쪽의 대형 건물은 태평백화점이다. / 사진=시사저널e

최근 논란이 일었던 상도유치원 사태와 연관시켜 동작구청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동작구청은 지난 3월 유치원 측의 현장점검 요청과 사고 발생 전날인 지난 5일 관련 회의 참석 요청에도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에 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도유치원 사태가 안전에 대한 무감각과 무지라면, 이번 가판점 정책은 정당하게 점포에서 영업하는 상인들 권리를 침해하고 피해가 예상됨에도 무지한 예측력을 보였다는 상인들 지적이다. 

 

한 점포 상인은 “과거 군사정부가 폭력적 공권력을 행사했다면 이번에 동작구청은 행정적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노점들을 정비하고 생존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으로 점포들에게 희생을 요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점포 상인은 “구청을 항의 방문했을 때 담당 국장은 상인들과는 협의할 의무가 없다는 뉘앙스의 말까지 했다”며 “어떻게 가판점이 들어서 영업을 하는데 바로 앞에 있는 점포들이 피해가 없다는 예측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일단 이수역 인근 점포 상인들은 가판점이 영업을 개시한 지 2주 정도 경과된 시점에서 피해 상황을 취합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토로했다. 하지만 가판점으로 인해 유무형 피해를 입었다는 호소다. 

 

한 상인은 “동작대로에서 운전하는 차량을 가판점이 가려서 건물 1층에 임차해있는 점포들 광고효과도 낮아졌다”면서 “특히 저녁 8시면 문을 닫는 점포에 비해 가판점은 계속 영업할 수 있으므로 직간접적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가판점 건립으로 인한 점포 피해와 관련, 동작구청은 질의사항을 통해 “(점포 상인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예측하지 않아 보상계획도 없다”고 답변했다. 고상기 동작구청 건설관리과 가로관리팀장은 “(점포 상인들) 피해가 예상되면 아예 사업을 안 했다”고 말했다. 또 입점상인들의 권리구제절차에 대한 질문에 동작구청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분쟁의 또 다른 핵심인 점포 상인들에게 정책을 통보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동작구청은 조성사업 문화거리 조성사업 질의사항을 통해 “(상인들) 주소를 알 수 없었고 개인정보보호법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장 가판점이 들어서면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점포 상인들 의견수렴이나 청문, 공청회를 하면 해결될 문제에 대한 답변치고는 옹색하다는 여론이 상인들에게서 일고 있다. 

 

또 동작구청은 “1층 상가를 포함한 점포들에게 주민설명회 공고와 같은 내용 및 양식의 안내문을 돌렸다”고 해명했다. 고상기 가로관리팀장은 “2017년 5월 말 동작대로 상인들에게 2차 사업설명회 안내문을 돌렸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에 상인들은 안내문을 받은 상인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실적으로 점포 상인들의 경우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이 바쁘고 어려워 구청 정책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상인들은 동작구청이 이같은 현실을 이용했다고 분개하고 있다. 

 

특히 상인들은 동작구청이 태평백화점과만 협의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동작구청 건설관리과 가로관리팀이 지난 5월 29일 작성한 ‘동작대로 문화거리 조성 추진현황 및 계획 보고’ 문건에 따르면 협의를 한 유관기관에 태평백화점이 포함돼있다. 점포 상인들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상 주소를 알기 어렵다는 옹색한 답변을 내놓은 동작구청이 태평백화점은 유관기관이라며 협의를 가진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동작구청은 태평백화점과만 협의를 가진 이유에 대해 “태평백화점 측에 도로변에 내놓은 매대를 없애달라고 요구했다”면서 “태평백화점은 현 사업에 대해 찬성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고상기 팀장은 “반드시 기관은 아닐지라도 정책을 협의해야 할 대상자들을 통틀어 유관기관이라고 명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현재 태평백화점 앞에 가판점이 2개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일반 건물 앞에는 여러 개 있는 가판점이 면적이 넓은 태평백화점​ 앞에는 2개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도 중앙이 아닌 백화점 끝의 선과 밀접한 선 인근에 몰려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고상기 팀장은 “태평백화점​ 앞에는 서울시청 가판대가 3개 있으며, 6개 가판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동작대로에서 노점을 운영하다 26개 가판점에 선정되지 않은 점주들도 동작구청에 반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판점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한 점주는 “아직도 탈락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고상기 팀장은 “개인 3억원, 부부합산 3억5000만원을 기준으로 24개 가판점주를 선정했다”며 “3억원 기준은 서울시청 가판대 조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이수역 인근 점포 상인은 “과거 점포 상인과 노점 사이에서는 불화가 없었다”라며 “상인들은 가판점과 대립을 원하지 않는데 그들과도 사이가 서먹서먹해졌다”고 토로했다. 

 

또 1급 미관지구로 지정돼 있는 지역으로 보행과 거리미관을 위해 건물 후퇴선을 둬 기존 도로폭에서 3m 정도 후퇴해 건축행위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가판 폭이 2.4m 정도를 차지하게 돼 시민 보행에도 많은 영향을 초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 법규는 최소한 유지폭이지 안전폭은 아닌 것이다. 

 

또 다른 상인은 “구청이 보내는 모든 안내문을 정상적으로 받고 있는데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주소를 알 수 없었다는 구청 변명은 터무니 없는 행정폭력”이라며 “태평백화점과는 협의를 했는데 점포 상인들에게는 통보도 하지 않는 것이 무슨 구청이냐”며 분노감을 표명했다.

 

※ [단독] 동작구청 가판점 정책 ‘도마’…시각장애인 보행권은 어떡하고(下)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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