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직책 포기로 경영배제 효과 기대하기 힘들어, “언제든 복귀 시도할 것” 지적…김준기 동부 회장, 조현아‧조현민 대한항공 자매 등 갑질 오너일가 판박이 행보

사진=셔터스톡

최근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오너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 선언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직책 포기에 가까운 오너일가들의 경영퇴진 선언은 실질적인 경영배제 효과를 불러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윤재승 회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폭언 및 욕설이 담긴 파일이 공개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퇴진의사를 밝혔다. 윤 회장은 논란이 채 일기도 전 입장문을 통해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윤재승 회장은 직원들에게 ‘정신병자 XX’, ‘미친 XX’등과 같은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날인 28일 대웅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이사), 대웅제약의 등기임원(이사) 직위를 사임했다.

윤 회장이 재빨리 퇴진했지만 전문가들은 완전한 경영배제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윤 회장 뿐 아니라 일이 터지면 직책을 포기하는 방식을 대응하는 오너일가의 행보 자체가 사실상 경영권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대주주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직책 포기는 의미가 없다”며 “언제든 수월하게 다시 경영 복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 사진=대웅제약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재승 회장은 지주회사 대웅의 지분 11.61%를 갖고 있다. 가족 중 첫째 형인 윤재용 대웅생명과학 사장(6.97%)이나 장녀 윤영씨(5.42%)의 지분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2대 주주는 모친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대웅재단인데, 윤재승 회장은 형제 중 유일하게 이 재단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경영일선에서 퇴진한다고 선언했어도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대한항공 일가 역시 논란 후 직책을 내려놓은 바 있다. 이른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발생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조현민‧조현아 자매는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조현민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도 여비서 상습 성추행과 관련해 피소당하자 “회사에 짐이 돼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 그룹 회장직과 계열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퇴진을 선언한 바 있다. 논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건강상 이유로 장기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원래 대주주의 영향력은 주주총회 때에만 행사되지만 한국은 특이하게 경영과 소유가 따로 분리되지 않는 개념으로 여겨진다”며 “단순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인 교수는 “갑질 등 논란으로 실형을 받을 경우 경영을 못하게 행정규칙만 만들면 사고를 친 경영자가 자진퇴진 후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경영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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