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보조금 축소 앞두고 출고 경쟁 치열…볼트EV 인도 이달 중 마무리, 하반기 코나 일렉트릭‧니로EV 한지붕 격전 관측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초부터 전기차의 뜨거운 인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EV)과 기아차 니로EV가 같은 체급 시장을 놓고 보조금 선점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조금이 출고등록 순으로 지급되는 탓에, 이들 업체는 물량 공급에 박차를 가하며 판매고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하반기 수입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예고돼 있어 완성차 업체들의 보조금 선점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1만49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7.9% 증가했다. 지난해 총 판매량인 1만3826대를 벌써 넘어섰다. 지난달에만 3060대 팔렸는데, 이중 코나 일렉트릭이 1317대, 볼트EV가 872대 팔리며 사실상 시장을 양분했다.

특히 체급이 비슷한 소형 승용 볼트EV,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등은 모두 출시 직후 1~3일 안에 예약판매가 마무리되며 뜨거운 인기를 방증했다. 볼트EV는 지난해 이어 올해 2년 연속 3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썼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도 각각 1만8000대, 5000대 사전예약이 마무리 되며 전기차 전체 사전계약 대수는 3만9000대를 돌파했다.

당초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2만대로 책정했지만 신차 출시와 함께 수요가 대거 늘자 지난 5월 추경에서 953억원을 추가 예산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6월 개최된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정부는 전기차 보급 목표를 2만6500대로 높여 잡았다. 다만 일부 신차의 인증이 늦어지고 물량 공급에 차질을 겪으며 전기차 출고가 늦어짐에 따라 올해 투입하기로 한 보조금 중 약 40%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 하반기 남은 보조금 선점을 위한 완성차 업체의 물량전이 예상된다. 한국환경공단을 비롯해 서울, 부산, 대구시 등 전국 지자체 상당수는 차량 출고 등록을 기준으로 보조급을 지급한다. 빠르게 물량을 고객에게 인도하는 업체가 보조금을 선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전예약 중 중복 신청 등 허수를 고려하면 차량을 발 빠르게 고객에게 인도하는 업체가 판매량을 바짝 끌어 모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올초 물량 공급 문제를 해결한 한국GM이 보조금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볼트EV는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누적판매량 3994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335대)에 비해 10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볼트EV는 지난 3월 160대 팔리는 데 그쳤지만 물량 선적 문제가 해결되면서 지난 5월 1014대, 6월 1621대, 지난달 872대 팔리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해외에서 전량 수입되는 볼트EV의 국내 판매 물량은 올해 4700여대로 한정돼 있어 이달 중으로 고객 인도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내달부터는 현대·기아차의 코나 일렉트릭, 니로EV가 한지붕 격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는 각각 4월, 7월에 출시된 까닭에 볼트EV에 비해선 보조금 경쟁에선 다소 밀린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하반기 한국GM이 볼트EV의 고객 인도가 이달 중으로 마무리되는 만큼, 내달부터는 양사의 신경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인도되기 시작한 코나 일렉트릭은 당월 304대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6월 1076대에 이어 지난달 1317대 등록되며 볼트EV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지난달 고객에게 인도되기 시작하며 90대 팔린 니로EV도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생산가능대수가 1만3000대에 달하는 코나 일렉트릭이 3800대 생산 가능한 니로EV에 비해 물량 공급 측면에선 앞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생산 단계에서 배터리 등 문제로 다소 출고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니로EV의 경우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공급량을 늘려 수요를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반기 수입차 업체도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들 업체의 보조금 선점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오는 10월 I-PACE를 국내 출시할 예정이면,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역시 각각 EQC, e-트론 등 전기차 모델을 내달 공개하고 내년부터 글로벌 판매를 개시한다. 

 

내년부터 차량 구매 시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완성차 업체의 물량전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유지하지만 내연기관차와의 가격차, 보급 여건 등을 고려해 연차별 단가를 인하할 방침을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시장이나 조금씩 틀이 잡혀가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신차 출시와 함께 시장 선점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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