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공직선거법 적용은 어려울 듯…선관위 “가짜 뉴스 유포는 안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드루킹 특검법안 상정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스1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이 과거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한 인터넷 여론조작을 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앙당 차원의 조직적인 선거 여론조작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국당이 여당을 향해 공세를 펼쳤던 이른바 ‘드루킹 사건’보다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사건을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철완 전 새누리당 선대위 디지털종합상황실장은 지난 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포털 사이트의 댓글과 트위터 등에서 여론조작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선대위 안에 SNS본부가 있었고 그 아래 운영되는 팀이 지시를 받고 매크로(macro)를 사용했다면서, 불법적인 온라인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로 들어갔다고 폭로했다.

박씨는 또 당시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 역할을 한 이정현 의원이 당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 4~5명이 선거 후 청와대로 들어간 인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정현 의원은 “매크로나 가짜뉴스 부분은 전혀 모르고, 들은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종합일간지 한겨레도 지난 5일부터 새누리당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기간에 각각 매크로를 사용한 여론조작 행위를 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새누리당이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개설한 캠프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채팅방 대화록을 확보해 ‘가짜뉴스’를 유포한 정황, ‘북풍’을 조작한 정황 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보도에 등장한 다수의 증언과 증거는 여론조작 등 불법행위가 중앙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앙당이 심각한 여론 왜곡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도덕적·정치적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과거 이러한 행위들을 공직선거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매크로를 이용한 추천수 조작행위는 공직선거법상 관련 규정이 없어 처벌대상이 아니”라면서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있더라도 공직선거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 사용은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그 내용에 허위사실이나 후보자 비방이 들어가면 안된다”면서 “캠프 관계자나 중앙당 차원의 허위사실 유포 또는 비방이 있을 시, 사법처리 확정 여부에 따라 당선자의 당선무효가 생길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기소된 드루킹 역시 공직선거법이 아닌 형법상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형법 314조(업무방해)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 또는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는데,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것도 똑같이 처벌하도록 했다.

수사기관은 현재까지 드루킹의 범죄행위가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해 네이버 댓글 담당자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라고 본 것일 뿐, 여권이나 정부의 개입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경우 공직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처벌됐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한국당이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매크로를 사용한 불법여론 조작행위 지시·유도·실행 등 사건을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피고발인 란에는 ‘매크로를 사용한 불법여론 조작행위를 지시·유도·실행 등에 가담한 모든 자’라고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닌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이번 의혹에 대해 한국당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의혹 제기 수준에 불과한 만큼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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