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임금상승 부담에 기업들 일자리 못늘려…”향후 섬세한 손질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5월12일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방향은 공감하나 섬세함이 아쉽다.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재계 및 정치 전문가들의 평을 종합하면 대개 이렇다. 한마디로 남은 임기는 이상적 방향 못지 않게 현실적인 정책효과가 나올 방안도 고려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촛불민심이 선택한 문재인 정권은 들어서면서부터 일자리 정책을 강조했다. 일자리 문제는 대한민국 대부분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보인 첫번째 행보는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행보 배경에 대해 당시 여당 안에서도 설왕설래가 많았다. 어찌됐든 비정규직의 부작용을 생각하면 정규직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의 움직임은 곧 공기업 및 대기업들에게 정규직화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됐다. 그런데 기업으로선 비용 부담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보니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SK브로드밴드는 선제적으로 협력업체 수리기사 50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돌연 선언했다. 그런데 결국 그 과정에서 잡음을 낳았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라고 하지만 사실상 협력업체 직원들을 모두 고용해 외주로 주던 사업을 자체적으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 대기업 협력업체 직원은 “SK브로드밴드 사례 이후 사장과 관계가 어색해졌다”고 전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공기업 및 공공기관 비정규직 인원이 최근 1년여 새 22.1% 줄었지만 같은 기간 무기계약직은 48.3%, 소속외인력은 12.1% 증가했다. 사실상 비정규직 비율은 줄었지만 순수 정규직 비율이 늘어났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이 역시 현재 상황에서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공기업들이 짜낸 방법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제대로된 일자리 창출은 결국 노동유연성 경직 등 구조적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일자리 정책은 답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과 주당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됐다. 역시 방향은 좋았다.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삶의 질이 떨어져 있던 대한민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정책방향과 맞지 않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일의 양이 그대로인 회사원이 많다는 것이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근로시간만 지나면 교대하면 되는 경우와 달리 회사원들은 시간과 상관없이 자기가 끝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며 “그 일의 양은 줄이지 않고 근로시간만 줄이니 우리는 일할 시간만 부족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굳이 영세기업들의 고충까지 가지 않더라도 근로시간 단축 및 시급인상이 직장인들에게도 큰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한 압박은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 감소로 이어졌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인상 등 비용부담을 우려한 기업들로선 사람을 많이 뽑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다 하면서 일자리까지 늘리길 바라면 기업으로선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 외국계 시장조사업체 임원은 “특히 경제 부문은 어떤 정책을 폈을 때 예측되는 파생효과를 바탕으로 이상과 실제 정책효과의 간극을 줄여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권초기가 어떤 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 알려주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론 실제로 정책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섬세하게 손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자리가 마차라면 말 역할을 하는 것이 경제인데 지금은 마차를 말 앞에 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경제를 돌게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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