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AI는 자기소개서 표절여부 검증에 국한”…일각에선 모범답안 자소서 등장할 우려도 제기

/사진= 셔터스톡

인공지능(AI)이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가 왔다.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취지다. 하지만 정작 구직자들의 반응은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로 나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인재채용 과정에 AI를 본격 응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롯데는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부터 일부 계열사의 서류전형 평가에 AI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AI 시스템을 통해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평가하는 능력중심 채용문화 확산에 노력하겠다는 것이 롯데 측 설명이다.

SK C&C가 개발한 AI 서비스 ‘에이브릴(Aibril) HR’도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한다. 에이브릴 HR은 서류심사의 공정성과 자기소개서 검토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개발됐다. SK C&C는 지난 16일 에이브릴 HR을 채용 대행 전문 기업인 스카우트의 채용과정에 적용했다.

해외에서도 AI 기반의 채용 시스템이 유행하고 있다. 일본 삿포로맥주는 지난해 AI 채용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심사시간 약 40% 감축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신규 사원 채용부터는 AI 서류평가를 본격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AI 서류심사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명한 취업준비생들은 AI가 지원자들에게 공평한 심사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취업관련 채팅방에서 만난 A씨는 “자기소개서를 표절하거나 구매하는 지원자들이 많다”며 “서류전형에서 부정행위자를 먼저 걸러준다면 훨씬 수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B씨는 “서류전형에서 붙을 사람은 뭘 해도 붙는다”며 “오히려 AI를 활용해 심사기간을 단축한다면 취업준비생에게는 더 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같은 방식 채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이아무개씨(26)는 “지원자의 역량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기술을 심사할 것 같다”며 “자기소개서를 심사하는 알고리즘이 유출되거나 연구되면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부연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임아무개씨(27)는 “AI개발자가 시스템을 조작할 수도 있고 AI가 원하는 모범 답안까지 생길 수 있다”며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쿠르트와 시장조사기관 두잇서베이가 진행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3171명의 참가자 중 49.1%가 AI 채용 시스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나머지 50.9%의 응답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AI 심사 프로그램이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기업들은 서류 심사를 할 때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지원자를 분석했다”며 “자기소개서 같은 경우에는 지원자가 표절을 했는지 안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모범답안이 나온다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고 말했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사무총장은 “채용 당사자는 알고리즘이 자신의 인생을 평가한다는 것이 감정적으로 기분 나쁠 수는 있다”며 “하지만 서류심사는 기준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충분히 자동화 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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