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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증권 사태, '팻 핑거'보다 심각한 이유

"개인 실수와 도덕적 해이보다 시스템서 더 큰 문제 드러내…금융당국 투자자 신뢰 높일 방안 고민해야"

최근 증권 관련 기사를 보면 팻핑거(Fat Finger)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자판보다 굵은 손가락 탓에 잘못 입력된 주문을 냈다는 의미다. 2010년 5월 6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장중 1600포인트 가량 폭락했는데 한 트레이더가 거래 단위로 M(Million) 대신 B(Billion)를 잘못 입력한 것이 원인이었다. 당시 트레이더 손가락이 정말 굵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는 전형적인 팻핑거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팻핑거 사례가 있었다. 2013년 12월 한맥투자증권 한 트레이더는 옵션 거래를 위해 옵션 가격 변수인 이자율을 입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잔존일수/365’로 입력해야 할 것을 ‘잔존일수/0’으로 입력했다. 이로 인해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대 매물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한맥투자증권은 460억원대 손실을 입게 됐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다.

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 사태를 두고도 팻핑거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배당금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했으니 팻핑거가 맞긴하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만 앞서 소개한 팻핑거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다. 팻핑거라는 단어 속에는 직원의 단순 입력 실수에 무게를 더 싣는데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개인의 실수를 넘어 시스템 문제가 더 큰 까닭이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돼 시장에서 매매됐다는 자체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삼성증권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발행할 주식 한도는 1억2000만주다. 하지만 이번 입력 실수로 이보다 수 십배가 많은 89억주가 새로 생겨났다. 여기에서 501만3000주가 시장에 나와 실제 매도됐다. 이른바 ‘유령 주식’이 유통된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위조지폐가 발행된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성토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에선 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와 같은 성격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글만 수 백건에 이른다.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제하의 청원글에는 나흘만에 20만명이 넘게 동의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이를 즉시에 걸러낼 장치는 하나도 없었다. 일각에선 발행된 유령주식이 80억주가 아니라 수 십주 소량이었다면 당사자 말고는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령주식이 발행되더라도 메워넣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이 된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국내 증권 매매 시스템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것을 드러낸 단면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 원인을 개인의 실수와 일탈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한 증권사 내부 시스템 문제만으로 치부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자본시장의 위기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증권 거래 시스템의 신뢰를 높일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로 촉발된 일반 투자자들의 불신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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