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CO 자문 사업 중…“블록체인 스타트업에 ICO 길 터줄 방안 시급”

정규화 넥스트블록 대표./사진=박현영 기자

암호화폐 시장은 잠잠해졌지만,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암호화폐공개)는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ICO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ICO를 금지하는 구체적인 법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 스타트업들은 해외에서만 ICO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ICO 역시 언어장벽, 보안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넥스트블록은 이러한 문제점에 주목했다. ICO에 도전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게 자문을 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 설립 3개월만에 4개의 ICO 프로젝트를 맡았다.

정규화 넥스트블록 대표이사는 “무분별한 ICO나 사기 행위는 걸러내고,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겐 ICO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ICO가 제도권 내에서 진행돼야 스타트업도, 투자자도 만족하는 건강한 ICO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넥스트블록은 스타트업을 위한 ICO 자문, 투자자들을 위한 ICO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며 국내에도 명확한 ICO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녹록치 않은 국내 ICO 환경에서도 건강한 ICO 생태계를 꿈꾸는 정 대표를 2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넥스트블록 사무실에서 만났다.

넥스트블록은 ICO 관련 사업을 하는데, 정부는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로 인한 문제점이 있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해외 기반 ICO를 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해외로 자금이 유출될 수밖에 없다, 관련 개발자들이 해외 기업들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인력 유출, 경쟁력 유출이 발생한다.

사실 국내에도 ICO를 금지하는 구체적인 법안은 아직 없다. 그런데도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 ICO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스타트업들은 지금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ICO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지금 당장은 문제되지 않아도 ICO 프로젝트 진행 중에 규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은 회사 생명을 걸고 ICO에 도전한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정부 규제가 등장한다면, 이는 스타트업들에게 큰 위험부담이 된다.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 ICO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ICO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규제가 생겨야 하나.

ICO 전면 허용은 어렵다. ICO로 위장한 사기 행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면 금지는 더욱 안 된다. 무분별한 ICO나 사기 행위는 걸러내고,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겐 ICO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현실을 충분이 이해한 규제가 시급한 것이다. 그래야 넥스트블록도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게 더 좋은 컨설팅을 해줄 수 있다.

넥스트블록의 사업은 전반적으로 어떻게 구성돼 있나.

크게 넥스트블록과 넥스트아이씨오로 나뉜다. 넥스트블록에선 ICO 프로젝트에 대한 컨설팅, 홍보를 진행한다. 현재 4개 프로젝트를 맡은 상태다. 남코인, 지퍼, 이그드라시, 유니오 등인데 이그드라시를 제외한 나머지 3개는 현재 투자가 가능한 상태다. 넥스트아이씨오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플랫폼이다. 투자자들은 넥스트아이씨오에 소개된 ICO 프로젝트를 보고 간편하게 ICO에 참여할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토큰포럼이라는 커뮤니티도 운영하는데, 토큰포럼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은 아니다.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ICO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주로 어떤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지.

해외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ICO가 처음이다. 국내엔 ICO 전문가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장 동향, 홍보 방법 같은 ICO에 대한 기본적인 문의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 현재는 해외에 법인을 세우고 ICO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해외 법인과 관련된 문의도 많다.

스위스, 지브롤터, 싱가폴 등이 ICO 법인을 세울만한 곳으로 인기다. 이유가 있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암호화폐에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홍콩, 벨라루스 쪽도 인기다.

넥스트블록은 ICO 플랫폼인 넥스트아이씨오도 운영 중이다. ‘투자자들에게도 편리한 플랫폼’을 표방했는데, 어떤 면이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나.

ICO 프로젝트 대부분은 해외 ICO이고, 해외 ICO는 모든 설명이 영어로 나와 있다. 투자자들은 언어장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넥스트아이씨오는 ICO에 대한 영어 설명을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한다. 한국 투자자들로부터 한국어 문의를 받은 뒤 프로젝트 개발자들에게 영어로 전달하기도 한다. 이렇게 언어장벽을 허물어서 투자자들이 편리하게 ICO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보안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직접 주소를 복사한 뒤, 주소창에 붙여넣기를 해서 해외 ICO 사이트에 접속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해킹이 발생할 수 있는데. 넥스트아이씨오를 이용하면 넥스트아이씨오 사이트에서 해외 ICO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주소창을 통한 접속을 할 필요가 없다. 또 해외 ICO에 투자하려면 해외 개인 지갑을 통해 투자를 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넥스트아이씨오는 핸드폰 인증, OTP 도입 등을 통해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를 해결했다.

투자 커뮤니티 토큰포럼도 운영한다. 운영을 결심한 계기는.

코인 관련 커뮤니티는 많다. 하지만 ICO에 특화된 커뮤니티는 없다. 해외에는 ICO 전문 커뮤니티가 많기 때문에, 국내에도 그런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토큰포럼에선 해외 ICO 사이트를 참고해 ICO 프로젝트 순위, 프로젝트 평점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글로벌 ICO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조언 한 마디만 한다면.

ICO는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시기, 그리고 자체 블록체인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암호화폐가 준비된 상태에서 ICO를 진행하는 게 좋다. 또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투자 확보에 유리하다. 이 두 가지를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의 성장 계획은.

넥스트블록은 12월에 설립됐다, 설립한 지 1분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ICO 자문과 플랫폼, 두 가지 사업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빠른 대응 능력을 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ICO 생태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확실한 정부 규제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넥스트블록은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ICO 시장 상황에 앞으로도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스타트업들도, 투자자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ICO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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