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됐던 반도체 가격 견조 기조 지속된 영향 커…한반도 긴장 완화에 코리아디스카운트도 반등에 기여

올들어 힘을 쓰지 못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달 들어서 다시 꿈틀대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와는 달리 견조한 흐름을 지속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훈풍이 불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대한 기대감도 반도체 업종에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12일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주인 삼성전자는 248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거래일과 같은 가격에 장을 마쳤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6일 4.03%, 7일 3.4%, 8일 1.19%, 9일 1.1%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 2일 장중 최고치인 287만6000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우하향한 상황이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92% 상승한 8만49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0월 9만원을 돌파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6일 장중 6만8200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6일에서야 8만원선을 회복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8만원대에서 장을 마쳤던 시기는 지난해 12월 19일(8만200원) 이후 처음이다.

이들 주가 상승은 그동안 제기됐던 업황 둔화 우려가 어느정도 해소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D램, 낸드플래시메모리 등 반도체 가격이 공급과잉 우려에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낸 ‘삼성전자 무엇이 달라졌나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경우 상반기 D램 계약가격이 견조해 올해 1분기 D램 계약가격이 2%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으나 5% 상승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2D-NAND 현물가격도 하락이 멈췄다”고 평가했다.

해외 주요 리서치사와 투자은행들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규모가 4510억달러(약 483조원)로 지난해보다 9.5%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 7.0%보다 2.5%포인트 높여잡은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역시 이달 초 투자보고서에서 “전세계 D램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 등 글로벌 업체들 주가도 큰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 경쟁력이 더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 가능성에 따른 한반도 지정학적 긴장 완화 등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소가 해소되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의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 소식이 나오기 전인 지난 5일 마이크론 주가는 52.03로 당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게다가 이는 지난달 8일 40달러에서 30% 상승한 수치다. 미국 대표적인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보더라도 같은 기간 12.8%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외 다른 사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오히려 0.01% 내렸고 SK하이닉스 주가는 5.9%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감소하면서 국내 반도체주들이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한 반도체 연구원. / 사진=삼성전자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