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시 공급 불확실성 해소로 시장 활성화 기대…완성차업계 “과징금 부과하는 일괄 규제는 부담”

 

전기차 충전 모습. / 그래픽=셔터스톡

 

새해 들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친환경차 의무판매제’의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친환경차 구매보조금 지급과 충전소 인프라 구축을 통해 친환경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예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완성차 업체들이 의무 판매를 통해 보급 부담을 나눠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전기차 모델 코나 일렉트릭은 예약판매에 돌입한 지 닷새 만인 지난 19일 기준 1846대의 사전계약을 기록했다. 한국GM 전기차 볼트 EV는 지난 17일 사전계약 접수 3시간 만에 준비해 놓은 물량 5000대가 모두 동났다.

 

환경부는 올해 기존 대당 1400만원이었던 보조금을 최대 1200만원으로 줄이며 보급 대수를 2만대로 늘렸다. 하지만 전기차 사전계약 대수가 이미 15000대를 넘어선 만큼, 친환경차 보조금 예산이 곧 소진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완성차 업체들이 일정량의 친환경차를 판매해야 하는 제도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미달한 만큼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해외에서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국내서는 지난해 626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으며 현재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가뜩이나 국내 시장에서는 친환경차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의무판매제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GM의 볼트EV와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물량이 부족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서 열린 전기차 리더스 포럼에서 현재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도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의무판매제가 도입되면 공급 불확실성이 해소돼 전기차 보급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는 힘쓰면서도 판매 확대에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가격이 차값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다 보니, 완성차 업체에 남는 이익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지는 시점에 전기차 보급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그러나 이 역시 완성차 업체 의지에 달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완성차 업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배터리를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시 몇 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데, 물량 규모가 클수록 배터리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발주 물량에 따라 가격이 변동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징금 제도는 자동차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를 생산하거나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는 반면, 아직 생산 능력이 부족한 업체들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물론 친환경차가 세계적 트렌드니까 따라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장 ‘2020년까지 얼마큼 못 팔면 벌금이다’라는 식은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뿐 아니라,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 전기차가 팔리고 난 뒤 중고차 시장에 나오기까지 한 싸이클을 돌지 않았다. 중고 배터리 교체와 판매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 인증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전기차 사고 시 정비 및 대처 요령 등에 대해서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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