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용량 제조 정책 부응 차원인 듯…공정 전환에 대규모 자금 소요 토로, 복지부에 제조 준비기간 요청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1회용 점안제(인공눈물)를 만드는 제약사들이 그동안 업계 관행이었던 고용량 제조를 중단하고, 저용량 제조에 주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용량 제조를 선호하는 정부 정책 방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제약사들이 저용량 제조로 선회할 경우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점안제를 1회만 사용하고 폐기하게 된다. 1회용 점안제는 개봉 즉시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오염 우려가 있는 만큼 바로 버려야 한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1회용 점안제 제조사들은 오는 23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점안제 제조사 중 매출 상위권 업체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회동에서 제약사들은 업계 관행이었던 고용량 제조를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고용량 보다는 저용량 점안제 제조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 1회용 점안제는 0.1ml부터 0.9ml의 용량을 제조해 판매 중이다. 통상 고용량은 0.6ml 이상으로 구분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같은 저용량과 고용량 분류를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고용량 보다는 저용량 점안제 제조를 검토하는 것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움직임과도 일정 부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복지부는 조만간 1회용 점안제 약가재평가 법적 근거와 기준 등을 규정한 고시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고시안을 개정한 후에는 점안제 약가재평가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현재 1회용 점안제 약가재평가 방법론으로 0.3~0.4mL 기준의 가중평균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재평가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생산량이 많은 0.3~0.4mL의 가중평균가를 산출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이같은 방침을 고시와 별도의 복지부 장관 공고문 등으로 명문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이 방법이 적용될 경우 특정 금액의 가중평균가가 산출되면 1회용 점안제 제조사들은 용량과 상관없이 이 금액으로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0.3~0.4mL를 기준으로 청구량 등을 토대로 히알루론산나트륨제제의 가중평균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170원 가격이 산출됐다. 히알루론산나트륨제제는 전체 1회용 점안제 중 품목 수를 기준으로 65%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복지부가 관련 고시 개정과 약가재평가를 추진하는 것은 고용량 제조를 억제하고 저용량 제조를 강조하는 정책 방향과 연관이 있다.   

 

실제 제약사들은 그간 고용량 점안제 제조에 주력해왔다. 환자들도 고용량 제품을 처방받아 구매했는데, 고용량인 만큼 1회만 사용하지 않고 2회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무균상태인 점안제는 일단 용기를 개봉하면 세균 등에 오염돼 안과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글자 그대로 1회용으로 점안제를 사용토록 하기 위해 저용량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제약사들은 고용량 제조는 일종의 관행이었고, 제조 공정을 전환하는 데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되는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1회용 점안제 제조 공정을 변경하려면 수십 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책 방향에 맞추기 위해 일부 해당 업체들은 이미 저용량 제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거나 착수한 상태다. 이 제약사들은 저용량 전환보다 상대적으로 소요 자금 규모가 작은 넌리캡 용기로의 변경도 적극 진행 중이다. 넌리캡 용기란 한 번 뚜껑을 열면 다시 닫지 못하는 용기를 지칭한다. 다시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사실상 1회용에 적합한 용기다.      

 

또 다른 몇몇의 1회용 점안제 제조사들은 앞서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의 복지부 청사를 방문해 보험약제과 직원들을 만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자리에서 해당 제약사 관계자들은 이제 막 시작했거나 검토를 진행 중인 저용량 제조를 위한 일정 시간을 복지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 입장에서는 제약사들이 저용량 제조에 집중하고 안과 의사들도 저용량으로 처방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점안제를 1회만 사용하고 버리게 돼 세균 등 오염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복지부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제조공정 전환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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