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등 해외 거점 마련 지지부진…베트남 등 시중은행 선점에 입지 좁아져

국내 지방은행들이 올해 경영 화두로 글로벌 금융영토 확장을 외치고 있지만 대부분 은행들이 해외 신규 시장 진출 관련해 정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시사저널e

국내 지방은행들의 해외진출 속도가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지방은행들이 앞다퉈 해외시장 개척을 주요 경영 방침으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방은행들은 현지 은행 인수합병을 통해 지점을 확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이 이를 통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지방은행만의 새로운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들의 해외 진출 실적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NK부산은행, 전북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이 해외에 설치한 지점, 사무소, 현지법인은 8개다. 이 마저도 부산은행(지점 2개, 사무소 3개), 대구은행(지점 1개, 사무소 1개), 전북은행(현지법인 1개) 등 3개 은행에 주로 몰려 있다.

은행별로 해외 진출 현황을 보면 부산은행은 2016년 6월말 이후 해외 진출을 하지 못했다. 대구은행은 2014년 12월말 이후 해외에 지점 등을 설치하지 못했다. 전북은행은 2016년 12월말에 와서야 해외 현지법인 1개를 설치했다.

이에 비해 시중은행들은 글로벌 금융 확장에 잰 걸음을 보이고 있다. 신한, KEB하나, KB국민,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04개의 해외 지점 등을 설치했다. 전년 9월말 보다 6.1% 증가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신한은행 해외 지점 등은 2년 동안 47%나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17% 늘었다. 하나은행은 해외에 34개 지점 등을 운영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국내 영업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걸 느끼고 2~3년 사이에 해외에 지점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지방은행들은 국내 시장이 시중은행으로 포화상태가 됐을 때도 새로운 시장 접근을 생각하지 못했다. 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 시장은 이미 국내 시중은행들이 차지하고 있어 해외 진출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은행들의 해외 진출 공략도 시중은행처럼 인수합병에 머물러 있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8월 아프로서비스그룹과 함께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을 인수했다. 부산은행은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 인도에 5개 지점·사무소를 두고 있어 이 나라를 기점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은행도 중국과 베트남 지점, 사무소를 설치하고 있고 지난 10월 캄보디아 캠캐피털 은행을 인수했다.

지방은행들의 이런 행보와 달리 시중은행들은 은행 인수합병, 지점 설치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디지털뱅크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디지털뱅크 '리브 KB 캄보디아'를 출시하는 등 해외 진출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리브 KB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 금융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개발한 충전식 지갑 기반의 해외 전용 모바일 뱅크다. 은행 인프라보다 스마트폰 시장 확장이 더 큰 것을 파악하고 모바일 뱅크를 통해 해외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에 소극작일 수밖에 없는 것은 지점 설치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인가 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다른 시중은행처럼 모바일 전략을 확대해 해외 수익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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