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환자 등서 수축기·이완기 혈압강하 입증…세계 51개국 기술 수출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보령제약 ‘카나브(성분명 Fimasartan)’는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인 ARB(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계열이다. 혈압 상승 원인 효소가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혈압을 떨어뜨리는 원리의 약물이다. 지난 2010년 9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신약으로 허가 받은 국내 제15호 신약이다. 국내 최초의 고혈압 신약이기도 하다.   

 

카나브패밀리 / 사진=보령제약

보령제약이 지난 1998년 개발을 시작해 12년간 투자한 금액은 총 500억원 규모다. 이 중 35억원은 국책지원과제로 정부 지원금이 투입됐다. 실제 후보물질 합성을 시작한 지난 1992년부터 계산한다면 18년이 소요된 셈이다.   

 

고혈압치료제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큰 시장이다. ‘카나브’는 국내 신약 역사상 가장 큰 시장에 도전하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3년 1월 국내 최대 규모로 실시된 카나브의 임상 4상(실제 복용 환자 대상 임상)을 완료했다. 당시 진행된 임상은 1만4151명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임상 결과 글로벌 메이저 고혈압약과 비교해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카나브는 당시 임상에서 수축기 혈압(SBP)은 18.7, 이완기 혈압(DBP)은 9.7, 맥박(PR)은 2.5 bpm 감소시켰다. 특히 카나브를 처음 복용한 신규환자, 약제를 추가한 환자, 카나브로 변경한 환자 이렇게 3가지 군에서 혈압강하 효과도 확인됐다. 신환에서 SBP 26.4, DBP 13.9로 뛰어난 감소효과를 나타냈다. 신환뿐만 아니라 약제를 추가했거나 변경한 환자 군에서도 모두 두 자리 수 이상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냈다.   

 

또 뛰어남(68.1%), 매우 좋음(26.9%), 좋음(3.4%) 등 총 98% 이상 복약순응도를 나타냈다. 임상을 통해 얻은 성과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가장 많은 Clinical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었다. 당시 임상결과는 같은 해 1월 말 SCI(과학기술 논문 인용 색인)급 저널인 ‘American Journal of Cardiovascular Drugs’에 소개되며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았다. 

 

지난 2014년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에서는 멕시코 에르네스토 카르도나 무노즈 교수가 멕시코에서 진행된 임상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무노즈 교수는 “허가 임상에서 카나브는 이완기 혈압과 수축기 혈압 모두 강력한 강하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당초 카나브 복용 8주 후 이완기 혈압 목표는 90mmHg였다. 임상에서 이같은 이완기 혈압 강하 목표는 달성됐다. 수축기 혈압도 치료 4주 후 목표값에 도달하며 혈압 강하 효과가 확인됐다. 안전성도 높은 것으로 발표됐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시장 넘어 글로벌마케팅 가속화

카나브는 지난 2011년 3월 발매돼 그해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등극했다. 이듬해인 2012년은 182억원, 2013년은 218억원, 2014년 345억원, 2015년 334억원, 2016년 445억원으로 급등하며 국산 대표신약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의 경우 잠정적으로 5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현재 중남미 13개국 중 총 10개국(멕시코, 에콰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파나마, 콜롬비아,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벨리즈)에서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뇨복합제도 멕시코, 벨리즈에 이어 2016년 4월 엘살바도르에서 허가를 받았다.

수출국가도 확대됐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6월 키아라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10개국에 카나브, 카나브플러스에 대한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동남아 13개국과 계약했다. 당시 계약으로 카나브를 비롯한 카나브패밀리는 세계 51개 국가에 4억7426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나브는 지난 2014년 9월 멕시코(제품명 아라코)에서 발매된 후 1년여 만인 2015년 8월 순환기내과 ARB계열 단일제부문 주간처방율 1위에 올랐다. 고혈압을 중점 치료하는 순환기내과에서 주간 1위를 달성한 것은 항고혈압제 시장 전체에서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이어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ARB단일제 전체 점유률 6% 이상을 차지하며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멕시코에선 현지 허가임상을 통해 멕시코 인구 대다수를 점유하는 메스티소 등 토착민에게서도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카나브가 빠르게 해외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기에 가능했다. 카나브는 한국에서 대규모 임상 4상을 진행한 것을 비롯해 3만7473례 임상을 통해 임상적 가치를 입증했다.

 

지난해 4월에는 싱가포르 HSA(Health Sciences Authority)로부터 ‘카나브’ 시판 허가를 받았다. 카나브는 지난 2015년 6월 쥴릭파마社와 동남아 13개국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고, 1년 11개월만에 시판허가를 획득한 것이다. 현지 제품명은 한국과 같은 ‘카나브’로 확정됐다. 이르면 올 3분기 중 발매될 예정이다.

 

보령제약과 쥴릭파마는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시아 심장학회(APSC)에서 공식 Satellite 심포지움을 시작으로 2차 자문단 미팅 등을 진행하며 본격 마케팅에 돌입한 바 있다. 보령제약은 올해 안으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시판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한편 카나브는 지난 2010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에 임상결과를 발표하며 글로벌마케팅을 시작했다. 이어 2014년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 유럽고혈압학회 통합 학회에서 단독심포지엄을 진행하며 국산신약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 제약사가 국산신약만을 갖고 별도 특별 심포지엄이 진행된 것은 2014년 행사가 처음이었다.    
 

복합제 개발도 속도

보령제약은 ‘카나브패밀리'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나브를 활용해 개발한 복합제를 토대로 안정적 캐시카우(수익원)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보령제약이 지난 5년간 착수한 임상시험 70%를 카나브와 카나브복합제가 차지할 정도다.  

 

회사는 지난해 3월 카나브와 또 다른 고혈압약 ‘암로디핀’, 고지혈증약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복합제 개발을 위한 임상3상 시험도 승인 받았다. 3개 약을 한 알로 만들어 한 번에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지난 2015년 말에는 카나브와 고지혈증약 ‘아토르바스타틴’을 결합한 복합제 임상시험에 착수하기도 했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6년 고혈압약 2종 복합제(피마사르탄+암로디핀) ‘듀카브’와 고혈압약+고지혈증약(피마사르탄+로수바스타틴) 복합제 ‘투베로’를 내놓은 바 있다. 

 

최태홍 보령제약 대표는 “오는 2019년에는 카나브패밀리로 연매출 2000억원을 올릴 계획”이라며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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