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정부 대처 성토…실명계좌 도입 연기 신한銀에도 분통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방침을 밝힌 11일 거래소 고객센터는 투자자들로 붐볐다./사진=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 발언 이후 시세가 수직낙하했다. 2400만원 투자했는데 남은 건 800만원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거래소 폐쇄 방침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반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박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힌데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청와대가 “공식 방침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커 법무부는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20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1700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국내 가상화폐 시세는 일제히 폭락세로 돌아섰다.

청와대가 “법무부 입장이 정부 공식 방침은 아니다”라며 선을 긋자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2000만원대를 회복했지만 투자자들은 “박 장관 발언으로 인해 이미 엄청난 손해를 봤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 권모(35)씨는 “박 장관 발언 이후 시세가 뚝 떨어지며 큰 손실을 봤다”이라며 “온전히 투자자의 실수로 인해 돈을 잃은 거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게 아니다. 정부 관계자 말 한마디에 이런 손해를 보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자 백아무개(33)씨는 “새 정부에 대해 신뢰가 크다보니 박 장관 발언을 처음 접했을 때 해당 발언이 곧 정부 방침이라고 믿었다”며 “시세가 크게 떨어질 게 뻔한데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원금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손절(손해가 더 커지기 전에 매도하는 것)했다. 결국 폭락장 때 매도를 하게 된 셈이어서 손해를 많이 봤다”고 토로했다.

투자자들은 “박 장관 발언은 부처 간 논의가 부족했던 조급한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 이아무개(33)씨는 “박 장관 발언은 자리와 위치에 비해 조급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충분히 논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권아무개(47)씨는 “법무부 장관의 조율되지 않은 말 한마디에도 시장이 폭락했다. 300만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바라는 건 정부의 공정한 관리 감독이지, 우왕좌왕한 대처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투자자들은 12일 신한은행이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도입을 연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 도입을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모두 미정으로 서비스 시작 시기엔 기약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투자자 김재현(25)씨는 “실명계좌서비스는 가상화폐 시장에서의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철회가 아니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이아무개(30)씨는 “타 은행들이 신한은행 방침에 동조한다면 가상화폐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상화폐 커뮤니티 ‘비트맨’에는 “신한은행 계좌를 해지하자”는 취지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