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무장 3000원대 편의점 티라미수, 가성비↑…4000원대 스타벅스 티라미수, 깊은 풍미에 탄성
케이크는 축하를 위한 것. 생일, 입학, 졸업, 입사, 회복, 해(年)를 보내고, 만나고 헤어지고. 이 모든 기쁨 혹은 아쉬움을 기념하기 위한 케이크는 구매 행위에서부터 이미 기념이다. 베이커리에 들어가 이 케이크 저 케이크 사이를 왕복하며 무엇을 살지 고민하고 있자면, 내가 축하할 일이 있음에 행복한 건지 곧 케이크를 먹을 수 있음에 행복한 건지 헷갈리게 된다. 아무렴 어때, 케이크가 있는데.
어른이랍시고 카페를 제 집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기 시작한 후부터 케이크가 축하의 본분을 잃고 그저 ‘적당한 식후 디저트’가 된 지금에도, 기자에게 케이크는 아직 설레는 음식. 특히 ‘나를 들어올리다’는 뜻을 가진 티라미수는 달며 쓰고 쓰며 단 오묘한 매력을 가진 최고의 케이크다. 쌉싸래한 초코파우더와 입 안 모든 공간을 채우는 눅진한 마스카포네 치즈 크림, 커피향 시트. 무슨 케이크 먹을래? 질문에 팔할의 답이 티라미수인 내게 선택지 두 개가 떨어졌다.
스타벅스 티라미수 vs GS25 티라미수
GS25 티라미수는 온라인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만만하게 방문하는 편의점에서 제법 만만한 가격에 140g 용량의 티라미수를 산다는 건 생소한 일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평이 우세했다. 티라미수를 사면서 정말 기대가 된다는 투로 편의점 직원에게 “이거 어때요?” 물었다. “저한테는 좀 달더라구요. 인기는 있어요”라는 회답.
외관은 너부데데한 라자냐(lasagna)와 닮았다. ‘그 값’이니 ‘그 맛’이겠지 라고 예단하며 별 기대 없이 한 입 떠 먹었다. 초코파우더가 달다. 치즈 크림도 달다. 시트가 3, 크림과 파우더가 7 비율로 층층이 쌓여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두께라 한 스푼 크게 뜨면 입 안에 가득 찬다. 하지만 쓰지 않다. 가장 아래층 시트에서 커피 맛이 나지 않았다. 커피 맛 없이 내내 초콜릿으로 단 맛이다. 티라미수로서 ‘나를 들어올리기’에는 근력이 부족했다.
조각케익 모양의 스타벅스 티라미수를 먹어본다. 1층이 시트, 2층이 크림, 다시 3층이 시트, 4층이 크림, 맨 위층이 생크림이다. 초코파우더는 올록볼록 생크림 위에 도포돼 있다. 편의점 티라미수보다 파우더 양이 적다. 꼭짓점부터 잘라 먹었다. 먹자마자 커피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시트를 커피에 충분히 적셨기에 가능한 맛이었다. 편의점 티라미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맛이다. 치즈 크림은 편의점 티라미수가 더 부드러웠고, 스타벅스 티라미수는 비교적 단단했다.
역시 값이 퀄리티를 증명한다. 싸게, 많은 양을 먹고싶다면 편의점 티라미수. 1500원쯤 더 주더라도 에스프레소 향 진한 티라미수를 먹고싶다면 스타벅스 티라미수. 편의점 티라미수와 아메리카노를 함께 먹어도 알맞은 조합이겠다. 기자는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는 것보다는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무너뜨리며 먹는 기분이 좋아서, 또 기념의 맛과 더 닮기도 해서 스타벅스를 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