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DT랩 신설, SW전문가 CTO 영입…KB·신한·농협금융도 디지털 금융사 변신 '안간힘'

 

금융지주들이 최근 디지털 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한 체질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 이미지=시사저널e
'디지털 금융'을 화두로 내세운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들이 조직 신설 및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는 등 본격적인 디지털금융 시대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의 움직임은 갈수록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지털금융이란 디지털 기술을 응용한 금융상품 또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현재 전자화폐, 전자지급 결제, 인터넷 뱅킹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인 기술발전과 더불어 보다 다양하고 편리한 방식들이 보급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출범하면서, 디지털금융 분야가 금융 산업 전면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속에서, 기존에 국내 금융산업을 지탱하고 있던 금융지주사들도 디지털 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한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속에 최근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혁신 담당부서 ‘DT랩(Digital Transformation Lab)’을 신설했다. DT랩은 하나금융그룹 IT전문기업인 하나금융티아이 내에서 독립기업으로 운영되며 전통적인 금융권 조직과 차별화된 디지털 기술 혁신을 전담할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미래 핵심 원천 기술 확보, 관계사와 협업 및 공동 개발을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김정한 전무를 DT랩 총괄 부사장 겸 CTO로 영입했다. 김 전무는 실리콘밸리 및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으로 소프트웨어 분야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금융은 향후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앞으로도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해 적극적으로 IT 분야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새롭게 신설된 DT Lab이 해외 금융사 및 핀테크 기업과 제휴 협력을 통해 그룹 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지난 11월 조직개편안 발표를 통해 디지털금융 강화 전략 방안을 내놓았다. 농협금융은 내년부터 지주사에 ‘디지털 금융부문’을 신설하고, 디지털금융 최고책임자(CDO, Chief Digital Officer)에 스마트금융 전략가로 평가받는 주재승 농협은행 종합기획부장을 선임했다. 향후 농협금융 계열사 전체의 디지털 전략과 사업은 CDO가 총괄하게 된다.

아울러 농협금융은 기존 금융지주 주관의 ‘디지털금융 전략협의회’를 ‘CDO 협의회’로 격상했다. 이를 통해 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업무 전반에 접목할 수 있는 계열사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6월 디지털금융 사업부문을 확대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신한금융지주 및 각 그룹사에 CDO를 신설하고 ‘CDO 협의회’를 만들어 그룹차원의 디지털 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했다.

또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역량을 결집한 그룹의 디지털관련 전문가조직인 ‘신한디지털혁신센터’도 신설했다. 현재 디지털 5개 핵심 분야인 AI, 블록체인, 오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클라우드, DX(Digital Experience)에 대한 랩(Lab)이 운영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4월 디지털 컨트롤타워를 담당하는 ‘디지털 전략팀’을 신설했다. 지난 3월 윤종규 회장이 직접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이후 일어난 변화다. 또 디지털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채널그룹 내에서 ‘애자일(Agile·민첩한) 스쿼드’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애자일 스쿼드는 기민한 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역시 윤 회장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이후,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실험조직이다.

내년에는 디지털 전문가 영입을 위한 금융지주들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점포 영업에 주안점을 뒀던 금융지주들의 특성상, 인터넷 전문은행 등 경쟁업체와 비교해 디지털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전통적인 방식의 점포 영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금융지주들도 이에 디지털금융으로의 체질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던 은행의 특성상, 빠른 체질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등 경쟁사들과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데 우선적으로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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