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상 수년 이상 소요…채권 결정·은닉자금 등 고소 남발될 수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유리창으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조2000억여원의 투자금을 가로채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에게 파산 선고를 내려달라는 신청이 12명에서 29명으로 늘었다. 김 대표의 파산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갖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워낙 변수가 많아 피해자들의 근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201단독 이지영 판사는 전날 김 대표에 대한 1차 파산심문기일을 열었다.

파산은 채무자가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게 될 경우 채무자의 총재산을 모든 채권자에게 채권비율대로 변제하는 절차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채권자도 직접 채무자(김 대표)에 대해 파산 신청을 낼 수 있다.

이번 파산신청도 지난 4월 투자자 박모씨 등 12명이 김 대표의 파산을 선고해달라고 낸 사건이다. 하지만 이날 17명의 투자자가 추가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 29명이 김 대표의 파산 신청에 동참한 것이다.

김 대표 역시 자신의 파산에 대해 큰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판부에 제출한 채무자 의견서에서 “현금 보관금과 예금 잔고는 반드시 수많은 피해자에게 모두 공평하게 분배돼야 한다” “최소한 동결된 금액 범위 내에서라도 반드시 피해자들에게 공평하게 재산이 나눠질 수 있도록 판사님께서 도와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김 대표는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아 파산선고의 대상이 된다. 지난 9월 김 대표의 형사사건 2심에서 인정된 상환되지 않은 투자 원금은 6384억원인데, 지난해 6월 검찰이 김씨를 체포하며 압수한 현금과 예금은 총 900억여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파산 결정이 내려지면 사건은 더 복잡해진다. 파산선고가 있으면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김 대표의 모든 자산으로 파산재단을 구성한다. 이후 채권자집회 등을 통한 채권신고, 채권을 확정하는 절차 등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피해자 일부는 채권자 명단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채권의 존재 여부를 가려줄 공신력 있는 절차가 없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고소가 남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대표가 해외 등에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도 문제다. 은닉 자금이 확보돼 김 대표 개인의 것으로 확인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김 대표가 법인 또는 제3자의 재산으로 돌려놨다면 해당 금액이 파산재단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또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앞서 홍콩 금융당국은 지난 6월 IDS홀딩스 홍콩법인으로 유입된 돈이 범죄수익으로 보인다며 영업과 재산 처분을 금지한 바 있다. 한국에서 유입된 240여억원 중 상당액은 인도네시아와 조세피난처인 케이맨 군도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확보된 재산의 분배가 공정한 분배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민사소송 등을 통해 약 200억원을 찾아갔는데, 나머지 금액을 배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의 채무는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채권으로 ‘비면책채권’이지만, 청구권 시효가 3년이어서 그 이후에 별다른 법적조치를 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해 소멸된다고 규정했다.

김 대표가 대위변제자를 내세워 3년 안에 8000억원을 갚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파산은 불가하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IDS홀딩스 측에 따르면 전체 피해자의 70%(피해금액기준 86%)가 대위변제안에 동의했고, 김 대표가 성실하게 투자 원금을 변제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김 대표의 금융사기 범죄는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린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FX마진거래 사업 등에 투자하면 매달 1~10%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원금도 보장된다고 속여 피해자 1만2076명으로부터 1조96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상고한 상태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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