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평가 속 ‘그들만의 리그’ 우려…해외 및 중소업체 참여는 저조

지스타 2017 현장 모습 / 사진=넥슨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7’이 이틀째를 맞이했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여파에도 불구, 관람객은 오히려 과거 대회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스타는 역대 최대 부스 규모를 달성하는 등 양적 성장에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 게임사의 부재, 중소·중견 게임사의 이탈 등으로 인해 국내 몇몇 대형 게임사들만의 잔치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스타는 올해 13회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스타는 과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됐었다. 이후 접근성 취약, 숙박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이유로 비즈니스가 불편하다는 업계의 의견이 계속되자 심사를 거쳐 개최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지스타는 이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게임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20만명에 육박하는 관람객들이 지스타를 방문한다. 올해 지스타 역시 전체 35개국 676개사가 참가하는 가운데 지난해(2719부스) 대비 5% 성장한 2857부스를 기록하며 역대 성과를 초과 달성했다.

지스타가 양적 성장에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해외 유명 게임사들의 참여가 사실상 거의 없다. 현재 국내 PC방 점유율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는 각각 라이엇게임즈와 블리자드가 개발한 온라인게임이다. 한국에서 영향력이 큰 게임들이지만 라이엇과 블리자드는 계속해서 지스타에 불참하고 있다.

특히 지난 지스타 2016에서 각종 VR(가상현실) 콘솔 기기로 관람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던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와 프리미어 스폰서였던 룽투코리아도 이번 지스타 2017에 불참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국제게임전시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소·중견 게임사들의 불참이다. 게임 빅 3중 하나인 엔씨소프트마저 불참을 선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지스타 역시 넥슨, 넷마블, 블루홀, 액토즈소프트 등 몇몇 대형 게임사들이 행사 전반을 이끌어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지독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넥슨, 넷마블, 엔씨 등 게임 빅3가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누적 매출은 5조원에 육박한다. 반면 대다수의 중소 게임사들은 수십 혹은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중소 개발사들은 최소 수억원의 비용이 드는 지스타 행사에 적극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중견 게임사들의 지스타 이탈은 행사 전반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이는 곧 행사의 재미를 반감시키게 된다. 부스 규모 자체는 커졌지만, 게임 가짓수는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스타 스스로 게임업체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와 같은 단순 전시회 방식으로는 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지스타로 인한 홍보 효과 및 매출 증대 효과는 거의 없다”며 “지스타라는 행사가 한국에선 상징적인 게임 전시회이기에 참여하는 것이지, 이를 통해 얻는 이득은 거의 없다. 지스타 스스로 게임사들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주류 장르로 자리를 잡으면서, 모바일게임 전시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통 전문가들은 전시회에 가장 알맞은 게임 형태로 PC 게임과 콘솔 게임을 꼽는다. 보통 가정집에는 고사양의 컴퓨터와 콘솔 기기가 없는 경우가 많기에 행사장으로 관람객들을 끌어드릴 요소가 많다. 반면 모바일게임의 경우, 대다수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PC나 콘솔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람객들을 유인할 요소가 부족하다.

지스타측에서도 이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10년 넘는 세월동안 사랑받고 있는 게임 전시회는 지스타가 유일하다. 특히 과거와 달리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매년 관람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지금처럼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는 수준으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매번 관람객 반응을 살펴보면, 막상 즐길게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며 “매년 하는 코스프레 이벤트 뿐만 아니라, 조직위 스스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이색 행사 등을 직접 기획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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