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등 기단 규모 20대 넘는 LCC만 3곳…“무한 경쟁 앞둔 내실 다지기”

저비용 항공사(LCC)가 기단 확대를 통한 성장 동력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국내 LCC 6개사는 올해 들어 총 15대 항공기를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항공기 최대 6대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 6개사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15대 항공기를 도입해 총 118개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LCC 6개사가 모두 항공기 100대를 갖췄던 것과 비교하면 LCC 전체 기단은 1년 새 15% 증가했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현재까지 30대에 이르는 항공기를 갖췄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역시 각각 24대, 22대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이 갖춘 기단규모는 대형 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 전체 기단 규모 83대보다 많다. 

 

기단 확대 통한 몸집 부풀리기 나선 LCC.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특히 제주항공이 공격적인 기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5년 5월 보유 항공기 20대를 넘은 이래 2년 만인 지난 9월 국적 LCC 가운데 최초로 보유 항공기 30대 시대를 열었다. 제주항공은 올해 말까지 1대 항공기를 추가, 올해 총 5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의 기단 확대는 기존항공사와는 격차를 좁히고 후발 항공사와 간격을 벌려 중견 국적 항공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제주항공 이외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국내 LCC 모두 적극적인 항공기 도입에 나서고 있다.

기단규모 확대는 노선 전략 다양화에 유리한 데 더해 항공기 가동률 향상과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른 주요 고정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 국내 LCC가 한반도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불거진 중국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유연한 노선 운용 덕을 봤다.

에어부산도 올해에만 4번째 항공기를 신규 도입하는 등 기단 확대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어부산은 이달 중 동일 기종 항공기 1대를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인 만큼, 연내 23대의 항공기 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도 항공기 보유 대수 20대 실현을 눈앞에 뒀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월 B737-800 1대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10일 18·19호기를 연속으로 도입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9월 15번째 항공기를 도입, 연내 항공기 1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LCC 업계 2위인 진에어는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으로 항공기 도입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진에어는 공모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전액을 항공기 도입 용도로 사용해 내년 B737-800과 B777-200 기종 총 5대를 도입해 보유 항공기 30대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LCC가 기단 확대를 통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는 이유를 두고 국내 시장 경쟁 심화 및 중국 LCC 공세에 대비하고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사드 보복으로 얼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기를 맞으면서 한·중 간 항공자유화 협정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항공자유화 협정은 특정 국가 또는 지역·노선을 개방해 항공사가 원하는 대로 항공 운항 편수를 조정할 수 있는 국가 간 약속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지난 2006년 중국 산둥성과 하이난성 두 도시에 한해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했다.

항공자유화협정은 항공 시장 무한 경쟁을 뜻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은 산둥성과 하이난성 노선의 경우 협정 초기 국내 항공사가 여객수송을 대부분 담당했지만, 이후 중국 항공사들이 여객 수송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랜디 틴세스 보잉상용기 마케팅 부사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온 한국 LCC가 경쟁 심화 상황을 맞아 항공기 편성을 늘리고 있다”면서 “비행기 보유 대수를 지속적으로 늘려 무한경쟁시대에 맞설 내실을 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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