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11월 매출 연간 매출 절반 이상 차지…성공보다 실패가 압도적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해마다 11월이 되면 편의점, 대형마트 등은 유통업체마다 단 하루를 위해 준비에 한창이다. 바로 11일 빼빼로데이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빼빼로를 생산하는 롯데제과에 따르면 연간 빼빼로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이 이달 중 발생한다. 

 

빼빼로데이와 같이 이른바  ‘데이(Day) 마케팅’이 대박행진을 매년 이어가자 유통업계가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기업들의 치열한 마케팅 전쟁 속에서 ‘출신’이 불분명한 ‘데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1년에 30여개 이르는 비공식 기념일이 있다. 생사(生死)를 반복하다보니 가장 많을 때는 60여개 가까이 생겨난 적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데이 마케팅의 원조는 2월14일을 기념하는 밸런타인 데이다.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진 밸런타인​ 데이는 3세기경 로마의 신부 성 밸런타인​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 청년들의 결혼을 금한 황제의 명을 어기고 사랑하는 두 남녀를 결혼시켜 순교당한 밸런타인​ 신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밸런타인​ 데이 하면 초콜릿이 연상되듯 관련 업계의 초콜릿 매출도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VVIP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프리미엄 초콜릿의 매출도 매년 10%대 이상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데이 마케팅은 이제 정부까지 나서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시작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그 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11월 마지막 주인 추수감사절 다음 첫번째 금요일을 말한다. 미국 소매업 업체들의 상당수 매출이 이 때 발생한다. 9월 말께 일주일가량 개최되는 한국의 코리아세일페스타 역시 주요 유통대기업과 400여개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특별판매전 등이 열리곤 한다.

 

데이 마케팅이 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기억하기도 힘든 수많은 기념일에 소비자들은 싫증을 내고 피로감마저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자칫 상술 논란으로 불거져 기업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다. 
실패 사례는 많다. 2000년대 초 축산업계에서 돼지고기 수요를 늘리기 위해 기획한 삼겹살 데이(3월3일)가 전국에서 유명세를 떨치자 관련업계가 오이데이(5월2일), 인삼데이(2월23일), 포도데이(8월8일), 가래떡데이(11월11일) 등을 만들었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고 심지어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소비자들도 많았다.

기업체에서 데이 마케팅을 활용해 실패한 사례도 있다. 빼빼로 데이의 성공으로 경쟁업체들이 초코파이 데이(10월10일 오리온), 에이스데이(10월31일, 해태제과)를 지정해 홍보에 나섰지만 기념일과 상품간 타당성 부족과 끼워 맞추기식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데이 마케팅을 두고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잘하면 대박이지만 못하면 쪽박신세를 피할 수 없단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데이 마케팅이 잘만 되면 돈을 벌어다 주지만 잘못 기획했다가 그 많은 재고를 어찌할지 모르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 표=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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