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개발·화학·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확보 총력…업황 개선에 재무 안정성 확보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SK이노베이션이 올해에만 두차례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는 등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화두인 딥체인지(Deep Change)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인수합병 외에도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에도 총력을 다하면서 SK그룹의 미래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화학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통해 미국 다우의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로 성사된 글로벌 화학사업 인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에도 4225억원을 들여 다우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공격적인 행보는 국내 주요 그룹사 가운데 가장 돋보이고 있다. 삼성,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대내외 경영 여건 위축 속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는 가운데 공격적이고 과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그룹은 올해를 사업구조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신경영전략인 딥 체인지(사업구조의 근본혁신)를 선언한 이래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화학, 배터리 분야에 최대 3조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굵직한 인수합병을 직접 나서서 챙기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본업인 정유 산업 중심의 사업 구조를 배터리와 종합화학 중심으로 옮긴다는 복안이다.

 

김준 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알래스카에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겨가기 위해서 사업구조 및 수익구조 혁신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딥 체인지 수준의 과감한 구조적 혁신과 강한 실행력으로 2018년 기업가치 30조원 달성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 공격적 경영 행보 ‘현​재진행형’

 

SK이노베이션의 공격적인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두 건의 인수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대형 인수합병 가능성은 남아 있다. 내부적으로는 계속해서 인수대상 기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사업에서도 설비 투자가 신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럽 배터리 공장을 올해 안으로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최대한 빠르게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에만 두차례 인수합병을 성사시키고 설비 투자를 밝히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내 제3 정유공장 CDU / 사진=뉴스1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도 재무적 부담감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지난 2년간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며 안정화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 규모는 지난 2014년 말 9조원을 상회했으나 지난해 말 3조원까지 축소됐다. 

 

신규 투자후 현금흐름 확보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도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로 지목된다. 이번에 인수한 다우의 두 사업부는 기존 사업 역량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목표로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 확대 이전에도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에서 유럽 공장 투자 역시 신규 수주 물량 생산 시점 대비 착공 시점을 짧게 가져가면서 부담을 줄였다​며 ​SK이노베이션은 유럽 배터리 공장 착공에 앞서 선수주 후증설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정유화학 업황 호조에 ​재무 안정성 강화

 

정유화학 업황이 수년에 한번 볼 수 있을 만큼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재무 안정성을 지지하고 있다. 여름을 지나면서 정제마진 확대에 미국과 유럽 경쟁 업체의 가동 중단 등으로 정유 화학 업계는 동반 실적 개선을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을 필두로 SK그룹내 정유 화학 계열사는 올해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SK그룹내 정유화학 계열사는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았다. 

 

반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자체 현금으로 갚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K에너지의 올해 3분기까지 회사채 만기 물량은 57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차환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없어 자체 현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한 것으로 평가된다. 

 

SK에너지는 오는 4분기에도 4000억원 가량의 만기가 돌아오지만 아직까지 회사채 발행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 역시 차환 발행 없이 회사채 만기를 지나며 현금 상환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현금흐름이 필요한 정유 화학 업계 특성 때문에 SK그룹내 정유화학 계열사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했는데 최근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며 ​정유화학 업황 개선 속에 현금흐름 양호한 상황이라 재무적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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