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이익 늘리자" 너도나도 WM사업 강화…차별성 없는 상품으로 고액 자산가 잡기에만 혈안

시중은행들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관리 부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마다 고객 잡기 경쟁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국내 은행들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관리(WM)에 역량을 쏟고 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은행이 상품을 만들면 은행 대부분이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객 뺏기 경쟁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시중은행마다 WM 부서를 키우고 있다. 은행과 증권 기능을 통합한 상품을 출시하며 고액 자산가의 재산을 관리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행보다. 특히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대출 잡기에 나서면서 이자이익에 기댄 수익 구조로는 은행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 장기간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수료이익에 은행들이 눈길을 돌린 상황이다.

하지만 은행마다 WM 상품에 차별성 없이 비슷한 상품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고객이 어느 은행이 그 서비스에 전문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은행끼리 전문성보단 다른 은행이 만든 상품을 일단 비슷하게 만들고 보자는 식의 과도한 고객 잡기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시중은행 WM 부서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은행이 최근 비슷한 WM 상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일단 고객을 확보하고 보자는 식이다. 은행마다 강점을 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연예인, 스포츠 고객 중심의 WM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은행은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강남스타PB센터를 연예인·스포츠인 전담 자산관리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스포츠 스타들에게 스포츠인 전용 상해보험을 제공한다.

KB금융은 지난 6월 추신수, 고진영 선수 등이 소속된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갤럭시아SM과 협약을 맺었다. 이에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서울 역삼동 투체어스 강남센터 내에 셀럽센터를 만들어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자산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6월 스포츠 스타 자산관리를 담당할 프라이빗뱅킹(PB)전담팀을 출범했다. 이 전담팀은 세무사, 변호사, 부동산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부동산, 절세에 관심 있는 선수들을 위해 부동산 투자 유망 지역을 직접 답사하며 정보를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이미 프로 골프 선수 자산관리를 전담하고 있어 고액 연봉을 받는 유명 선수 자산관리 사업을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한 WM 서비스도 비슷하다. KEB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 시절부터 만들어온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고객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콩과 인도네시아 등에 개인자산관리(PB) 센터를 설치, W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4월 중국 교민에게 국내외 자산관리 노하우와 투자자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자산관리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를 통해 WM 전문가가 국적에 따른 절세 방법, 부동산 투자 정보 등을 현지 거주 상공인과 주재원, 교민에게 설명한다.

신한은행도 해외 WM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 5월에 중국 상해 자산관리 세미나를 열고 우수고객 100명을 초청해 세무와 부동산 관련 강의를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진출 성공을 발판 삼아 이 지역에서도 WM 노하우를 전달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 거점을 마련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교민과 주재원을 대상으로 WM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은행 WM 업무 담당 관계자는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WM 서비스를 제공하면 다른 은행이 다 따라하는 분위기"라며 "과연 그 은행이 그 분야 전문가를 갖추고 뛰어든 것인지, 고객을 잡기 위해 일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자는 것인지 고객이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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