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카메라, OLED 등 한국산 채택↑…프리미엄 덕에 수익성도 높아

LG이노텍이 공급하는 아이폰X의 듀얼카메라. / 사진=애플코리아

애플의 아이폰X(텐), 아이폰8을 피날레로 각 유력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모두 얼개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프리미엄화 되는 스마트폰 혈투의 진짜 승자가 부품업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보편화 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듀얼카메라 등 프리미엄 부품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익성 높은 이들 프리미엄 부품의 강자는 한국 업체들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업계 기류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 예약판매를 마치고 15일부터 공식출시에 나선다. 갤노트8 출시를 기점으로 시장의 열기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갤노트8 출시 당일과 맞물려 이동통신 약정할인율이 25%로 높아지는 것도 분위기를 달구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도 15일부터 시장점검 상황반을 가동키로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의 프리미엄 제품과 애플의 아이폰 신작까지 모두 출격하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 대부분 100만원 넘는 출고가를 택했다는 점도 시장 과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 유통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정작 활짝 웃는 건 부품업체들이라는 해석이 많다.

스마트폰 가격 인상의 주된 요인은 제조원가 상승으로 꼽힌다. 대화면과 픽셀향상, 메모리 증가에 듀얼카메라 채택까지 프리미엄 기능이 각광받고 있다. 자연스레 관련 부품의 질적 수준도 향상됐다. 각사는 ‘우리의 기능이 조금 더 낫다’라고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덕에 부품의 중요성이 계속 부각되는 형국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X은 아이폰 외형을 크게 바꾼 제품으로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부품과 기능을 대거 탑재한 역대 최고가 스마트폰”이라면서 “OLED 디스플레이, 듀얼 카메라, 안면인식 등 프리미엄 부품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져도 소비자 수요가 유지된다면 프리미엄 부품 제조사의 수익성도 높아질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한복판에 한국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당장 아이폰X 공개 후 유가증권 시장에서 주목받은 기업이 듀얼 카메라 모듈 기술의 강자인 LG이노텍이다. LG이노텍은 아이폰X에 듀얼카메라 외에 3D 센싱 카메라와 인쇄회로기판(PCB)을 공급한다.

8월 초 한때 14만원대까지 급락했던 LG이노텍 주가는 아이폰X 공개 시점이 다가올수록 오르기 시작했다. 8월 31일 한때 18만 45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가 현재는 17만 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초 8만원대에 거래되던 걸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지속 상한가다.
 

아이폰X 카메라로 찍은 사진. / 사진=애플코리아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스마트폰 모델 수가 지난해 2개에서 올해 3개로 증가하면서 듀얼카메라 공급 모델도 1개에서 2개로 늘어 실적 개선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4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LG이노텍은 LG전자 V30에도 듀얼카메라를 공급한다.

듀얼카메라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보편기능으로 자리 잡으면서 LG이노텍 성장세는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이벌 삼성전기는 갤노트8에 듀얼카메라를 공급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 역시 분기 최대영업이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혈투가 치열해지고 시장이 격화될수록 양대 한국 부품업체가 웃는 형국이다.

애플까지 합류하면서 스마트폰 액정이 LCD에서 OLED로 완전히 바뀐 점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 부품을 애플에 공급하는 업체가 삼성디스플레이다. 업계서는 삼성이 애플에 공급하는 OLED가 약 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소식에 정통한 KGI 애널리스트 밍치궈는 지난 7일 애플 인사이트에 쓴 보고서에서 “OLED 아이폰 패널 공급은 애플이 아니라, 삼성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면서 “왜 삼성이 더 높은 협상력을 가졌는지, 그리고 패널 하나 가격이 120~130달러(5.5인치 아이폰 LCD 모듈 가격은 45~55달러)에 달하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애플이 삼성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대안도 국내 기업인 LG디스플레이다.

프리미엄화는 반도체의 중요성도 부각시켰다. 스마트폰 완제품 판매가 증가할수록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채용하는 D램 용량이 2016년 2.3GB, 1.9GB에서 2020년 4.8GB, 3.0GB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사진‧동영상 촬영과 이를 저장하는 경향이 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업계 점유율 3위 도시바 메모리를 차지하기 위한 혈투는 이 같은 업계 상황이 초래한 결과다. 

 

자연스레 기술력이 앞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품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폭증한다는 의미다. 두 업체가 분기마다 45% 넘는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까닭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아이폰X의 등장이 글로벌 제조업체들 사이서 프리미엄 경향을 더 자극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아이폰 브랜드의 상징성이 그만큼 높아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아이폰X 공개 직후 보고서를 내고 “오리지널 아이폰이 그랬듯, 다른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아이폰X을) 복제하거나 아이폰X 디자인을 (자체 제품에서) 향상시키려 할 것”이라면서 “아이폰X은 첫 번째 아이폰(the first iPhone)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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